이 기사는 08월23일(14:0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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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가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대한 투자를 안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권에선 “자세를 낮춰도 시원찮을 MBK가 되레 갑질을 하려 한다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불만이 ‘ING생명 인수전’불참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MBK는 해외 재무적투자자(LP)로 투자 공백을 대체해 ING생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조만간 체결할 것으로 보이나 금융당국의 승인을 쉽게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MBK'갑질'에 뿔난 국민연금,새마을금고..당국 승인 악재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와 새마을금고는 최근 MBK측에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당초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는 20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등 주식과 채권 중간 성격의 메자닌 방식 투자로 MBK의 ING생명 인수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700억~800억원 수준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1200억원의 RCPS투자를 검토했다. MBK의 ING생명 인수자금(1조7000억~8000억원) 중 대출을 제외한 지분 투자에서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가 유일한 국내 투자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측은 “MBK가 제안한 인수 금융 구조가 연 3%수준의 고정금리 방식으로 수익률이 다소 낮아 투자를 포기한다”며 투자를 돌연 철회했다. 처음엔 MBK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가 조건이 바뀌지도 않았는 데, 갑자기 투자를 철회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IB업계 고위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로부터 손쉽게 자금을 조달을 해온 MBK가 수익에 목마른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교원공제회, 우정사업본부, 지방행정공제회 등 국내 연기금을 상대로 “(ING생명 인수 금융에)투자를 할테면 하라”는 식으로 이른바 ‘갑’행세를 하면서 기관들이 불쾌해 하고 있다“며 “이런 정서적 반감이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가 투자를 철회한 주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국내 PEF들은 유일한 자금‘젖줄’인 국내 연기금에 ‘을’을 자처하며 ”투자해달라“고 경쟁적으로 애원하지만 해외에서 주로 자금을 조달한 MBK는 오히려 국내 연기금에게 아쉬울 것이 없어 ‘갑’의 위치라는 게 연기금의 설명이다.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가 투자를 철회하기로 함에 따라 MBK는 국내 연기금의 도움없이 ING생명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23억달러에 달하는 자체 펀드 자금조달을 마친 MBK는 연기금의 공백을 충분히 채울 다른 해외LP를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국내 연기금이 ING인수금융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 외국 LP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는 MBK는 ING생명 인수를 위한 금융감독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론스타의 ‘먹튀’사례이후 금융감독원은 외국 LP가 금융회사 대주주로 참여할 경우, 국내 LP와 달리 대주주 승인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금감원, "MBK 해외 LP 모두 심사해야 인수가능"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PEF가 보험사 인수를 위해 지분을 10%이상 취득할 때에는 금감원의 대주주 승인 심사를 받게 된다. 다만 보험사가 아닌 외국자본은 국내 보험사 인수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MBK의 경우는 국내 PEF의 적용을 받지만 대부분의 자금이 해외 LP로부터 조달했다는 점이 문제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PEF가 보험사를 인수한 사례가 있었지만 대부분 PEF는 국내 LP로부터 인수자금을 조달해서 관련 자료를 당국에 공개하고 대주주로서 적절한 지를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국내 PEF가 대다수 해외LP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국내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해외LP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당국에 다 신고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외국자본에 국내 보험사 인수를 제한한 것은 보험업을 영위해본 적이 없는 외국 자본이 인수할 경우 지속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BK는 PEF규정상 해외LP의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대주주 승인 심사를 앞두고 금융당국과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는 최근 글로벌 저금리 기조 이후 국내 은행과 연기금으로부터 ‘갑’의 위상을 받아왔다. M&A규모만 5500억원인 국내 5위권 아웃도어업체 네파, 1조2000억원 규모인 코웨이에 이어 1조8000억원인 ING생명 등 대형 M&A를 이끈 MBK에 대해 기관들은 서로 인수금융을 제공하려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신한은행의 경우 MBK에 약속한 네파 인수금융을 제공해주지 못했다가 오랜기간 MBK로부터 ‘일거리’를 얻지 못하는 ‘죗값’을 톡톡히 치렀다는 후문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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