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전문가 긴급 인터뷰 "신흥국 위기 내년 중반까지 간다"

입력 2013-08-25 17:11
수정 2013-08-26 01:35
"美 출구전략 끝날때까지 고통 지속…한국도 성장둔화 우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채권 매입 프로그램) 축소는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다. Fed발(發) 신흥국 위기는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전문가인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와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등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이 25일 내놓은 최근 신흥국의 금융위기 징후에 대한 진단이다. 손 교수는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지만 Fed가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할 때까지 신흥국은 자금 유출, 통화 가치 및 주가 하락 등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Fed가 출구 전략을 시행하다 중단하고 다시 시행하는 패턴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며 “일본과 유럽도 출구 전략에 가세할 경우 신흥국의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Fed는 월 850억달러인 채권 매입 규모를 이르면 9월부터 축소하기 시작해 내년 중반까지 완전 중단하겠다고 출구 전략 시간표를 예고한 상태지만 구체적인 시점과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더렉 시저스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은 “과잉 유동성 시대에 무분별하게 대출을 끌어다 쓴 나라들이 Fed의 유동성 축소에 직면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신흥국이 ‘Fed 독감’에 걸려 있다고 비유했다. 그는 Fed가 정상적인 통화정책(양적완화 완전 중단)으로 빨리 돌아가는 게 신흥국에 최선이지만 불행하게도 Fed는 갈지자 걸음을 할 것이며 그때마다 신흥국이 금융 쇼크에 직면하는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리칭 중국 중앙재경대학 금융학원장은 “인도네시아 터키 등은 위기를 견딜 수 있지만 인도는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폭이 크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제 투기자본이 인도 루피화 공매도 공세를 펼 가능성도 있다”며 하루빨리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해서는 풍부한 외환보유액(3300억달러)과 안정된 금융 시스템, 낮은 단기외채 비중(29%) 등으로 Fed발 위기에 한발 비켜 있지만 성장률 저하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손 교수는 “중국에 이어 아시아 신흥국이 경기 침체에 빠짐으로써 한국의 수출경기도 침체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내수시장을 살릴 성장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금융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한국은행이 과감하게 금리를 내리는 정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베이징·도쿄 장진모/김태완/안재석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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