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재개 된 최태원 회장 재판 안갯속으로

입력 2013-08-25 17:08
수정 2013-08-26 00:32
김원홍 전 SK고문
국내송환 여부가 변수될 듯


27일 변론 재개가 결정된 최태원 SK 회장 항소심 재판의 향배가 오리무중이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 문용선 재판장이 변론 재개 이유를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기 위해서”라고만 밝힌 상태여서 SK를 비롯해 사건 관계자들은 재판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SK 관계자는 25일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는 김원홍 전 SK 고문의 증언 청취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소장 변경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 역시 공소장을 변경해 최 회장의 죄명을 횡령에서 업무상배임 등으로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건 관련 변호사 역시 “업무상배임으로 공소장을 변경할 경우 법리적 문제가 대두되는데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는 위험을 검찰이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공소장 변경은 이례적이며 검찰이 반드시 수용할 필요는 없다. 2007년 삼성 에버랜드 교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들에게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선고됐다는 점에서 SK 측은 ‘공소장 변경’이라는 돌발 변수에 모종의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김 전 고문의 국내 송환 여부는 이번 재판의 큰 변수다. 대만 이민당국은 최근 “김 전 고문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며 강제추방이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고문은 강제추방국가로 한국이 아니라 자신의 정관계 인맥이 많은 중국 상하이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설사 김 전 고문이 국내로 송환돼 법정에 선다고 해도 최 회장에게 유리한 증언을 할지 역시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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