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 女임원 6인방이 전하는 '女리더십 4가지'
회계법인에서 여성 파트너(임원)는 ‘바늘구멍 통과한 낙타’에 비유되곤 한다. 삼일 등 4대 회계법인의 여성 파트너는 28명, 전체 직원 9500명 중 0.29%에 불과하다. 미국의 기업지배구조 분석기관 GMI레이팅스가 얼마 전 발표한 한국 기업 여성 임원 비율 1.9%에도 한참 못 미친다.
삼정KPMG 여성 파트너 비율은 4대 회계법인 평균보다도 낮다. 총 직원 수 대비 0.27%인 단 6명이다. 상위 1%도 아니고, 0.27%라니. 그야말로 ‘독한 언니들’이다. 서지희 전무(50)와 김경미(45)·권미경(41)·노원(41)·조승희(40)·김유경(40) 상무가 주인공이다. 이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삼정KPMG 재능 기부를 위해 최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진행된 사회적 기업에 대한 회계·세무 컨설팅 행사에서다. 행사 직후 이들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여성의 리더십과 경쟁력에 대해 ‘유쾌한 수다’를 떨었다.
이들은 회계법인 파트너 자리까지 올라선 비결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전문성을 무기로 권위를 갖추라는 것. 권미경 상무는 “남자 후배들에게 상사로 인정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실력이 중요하다”며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인정받아야만 성별을 떠나 권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다음 단계는 소통. 부드럽고 세심한 여성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경미 상무는 “팀원들과 평소 많이 얘기하고 장단점과 니즈를 파악해 업무를 배정한다”고 했다. 그는 “팀원들이 자신의 입장을 배려해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그 결과는 성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공정성도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필수 요소다. 김유경 상무는 “지연·학연·줄서기는 배제하고 ‘테이블 밑이 아닌 테이블 위’에서 성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 리더십을 완성하는 요소는 감동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회계 업계 ‘맏언니’인 서지희 전무는 “엄마의 마음으로 윗사람과 아랫사람, 그리고 고객을 챙기면 언젠가는 진정성을 알아준다”며 “밤의 커뮤니케이션이 지배하는 한국 기업문화에서 감동 리더십은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평가 한국 회계 투명성 순위는 61개 대상 국가 중 58위로 최하위권이다. 이들은 국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회계업계에 ‘독한 언니들’이 보다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희 상무는 “태국은 회계업계에 여성 인력이 80%에 달하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노원 상무는 “회계업무는 상대적으로 성격이 꼼꼼하고 투명한 업무 수행을 중시하는 여성에게 적합하다”면서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배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하는 것도 주요한 역할중에 하나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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