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 렌스 우글라 < 마르키트 CEO >
신뢰도 최고 금융정보로 'PMI지수의 챔피언'이 되다
런던정경대 박사출신 엘리트
"금융시장 혼란해질수록 투자자는 정확한 정보 원한다"…닷컴 버블 꺼질 때 창업 도전
10년 만에 업계 최고로
고객사 12곳 모아 정보제공 시작…직원 주주제로 창의성 높여
"우리는 더 성장하고 싶다"
컨설팅 진출·신사업 발굴 심혈…언스트앤영 선정 최고 CEO 올라
구매관리자지수(PMI). 기업에서 구매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그들이 느끼는 경기를 숫자로 지수화한 것이다. 거시경제 상황을 알 수 있는 각종 지표가 많지만 PMI는 특히 중요한 편이다. 기업에서 실제로 비용을 집행하며 자재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체감’ 지수인 만큼 경기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PMI가 발표되면 그 결과에 따라 해당 국가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뿐 아니라 정보산업 분야의 여러 민간 기업도 PMI나 그와 비슷한 지수들을 내놓는다. 그중 시장에서 가장 신뢰하는 것은 영국 마르키트의 지수다.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지수를 내놓는 이 회사의 역사는 이제 갓 10년이다. 수많은 경쟁사를 제치고 단 10년 만에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 뒤에는 창업자이자 현 최고경영자(CEO)인 렌스 우글라가 있다. 우글라는 컨설팅회사 언스트앤영이 선정한 2012년 영국 최고의 CEO다. 마르키트의 현재 근무인원은 2600여명, 지난해 매출은 4억8200만달러였다.
○시장의 혼란은 ‘기회’
우글라는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를 졸업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정경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땄다. 2003년 마르키트를 창업하기 전에는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투자자였다. 1986년 은행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우글라는 1995년부터 TD시큐리티라는 캐나다계 영국 회사에서 신용투자 업무를 맡았다. 그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 1995년부터 세계에 불어닥친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다.
그는 세계 금융계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두 가지를 봤다. 하나는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믿을 만한 정보를 원하는데, 제대로 된 정보제공 업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거품이 꺼지면서 시장이 몰락했음에도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의 영향력이 엄청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우글라는 “시장은 높은 수준의, 투명한 정보를 필요로 했다”며 “투자를 하며 만난 닷컴 기업 창립자들이 전한 인터넷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아이디어를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 즉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한 뒤 다시 인터넷을 통해 파는 사업을 구상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닷컴 열풍이 사라진 2003년 인터넷 회사를 창업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만류했다. 우글라는 “오히려 시장에 위기의식이 퍼져 있는 지금이 창업 적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회사가 마르키트다.
○직원들을 주주로
문제는 창업 자금이었다. 2000년대 초반의 투자자들은 ‘닷컴’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를 쳤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투자자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창업 초기엔 자신이 몸담았던 TD시큐리티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것으로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우글라는 생각을 바꿨다. 금융회사들을 찾아가 투자자가 아닌 고객이 돼 달라고 했다. 일단 돈을 주면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계약을 해주면 매년 주식을 가질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고도 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정보는 사야 했고, 나중에 주주가 될 수 있는 권리까지 얻으니 일석이조인 셈이었다. 마르키트가 성장하지 않으면 주주로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이니 위험도 없었다.
우글라는 그렇게 마르키트의 첫 고객 12개사를 모았다. 계약금으로 받은 돈으로 사람을 고용하고 시스템을 개발했다. 초기 계약이 끝날 즈음 마르키트는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몰려왔다.
투자금을 확보할 길이 열렸지만 우글라는 생각을 바꿨다. 금융회사나 벤처캐피털 등에 손을 벌리는 대신 전체 주식의 50%를 직원들에게 팔기로 한 것. 우글라는 “회사를 세울 때 수많은 경쟁사가 있는 것을 알았다”며 “결국 경쟁력은 직원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주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창업 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전체 주식의 30%는 직원들이 갖고 있다. 우글라는 “나는 마르키트가 스타트업(초기 창업 기업)처럼 움직이길 바란다”며 “직원들이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부(富)를 얻을 수 있는 구조는 마르키트의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끊임없는 성장 욕구
우글라의 말대로 시장에는 온갖 정보제공 업체가 우글거린다. 거대 컨설팅 업체와 투자은행들은 물론 마르키트처럼 정보 제공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숱하다. 게다가 마르키트는 역사도 짧다. 어떻게 짧은 기간에 경쟁 업체들을 제치고 시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을까.
우글라는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과 성장 욕구를 들었다. 그는 “우리는 하나만 잘하는 기업이 되지 않기를 원했다”며 “사업 초기에는 간단하고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하지만 기업과 시장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원한다면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며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마르키트는 정보제공 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회사는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정보제공 부문과 파생상품 거래 등을 위해 문서 처리를 대신해주는 부문, 기업 컨설팅 부문 등이다. 정보 제공에만 집착하지 않겠다는 우글라의 전략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마르키트는 갓 10년 된 신생기업이면서도 스타트업 인수에 관심이 많다. 역시 신사업 발굴을 위한 것이다. 사내에 스타트업을 조사하는 별도의 팀까지 있다. 단순히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우글라는 “회사를 사 모으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우리의 사업을 더 낫게 만들어준다고 판단할 때 그 회사를 매입한다”고 설명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시장은 그가 창업할 당시인 2003년처럼 혼란기에 와 있다. 우글라는 창업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그는 “우리는 2008년 이후에도 매년 15~20%의 성장을 놓친 적이 없다”며 “금융회사들은 최근 쏟아지는 규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보와 방법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언스트앤영이 왜 자신을 지난해 영국 최고의 경영자로 뽑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글라는 이렇게 답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동종업계 누구보다 많은 돈을 벌며, 높은 수익성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마르키트는 앞으로도 더 성장하고 싶어하는 직원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앞으로 1~2년 내에 매출 10억달러를 달성할 것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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