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혁신 등 당연한 처방 대신
달라질 우리 모습 직접 보여주는
스타 키우고, 분위기부터 띄워야"
임춘성 연세대 교수·정보산업공학, 객원논설위원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태블릿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과학자 앨런 케이의 말이다. 수많은 예측 기법과 엄청난 빅 데이터를 활용해도 가만히 기다리는 미래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기다리지 말고 나아가 도모하고 개척해야 하는 대한민국과 정보기술(IT) 강국의 현실에 딱 맞는 말이다.
현 정부의 화두이자 화룡점정은 단연 미래창조다. 창조경제의 개념이 모호하다느니, 혁신의 경제와 다를 바 없다느니 또는 문화산업에만 적합하다거나, 일자리 창출에만 특화됐다는, 그리고 이스라엘과 우리는 다르다는 얘기, 그 정도면 충분하다. 가볍지 않고 무언가 작심하면 해낼 것 같은 박근혜 대통령의 ‘진격의 슬로건’을 다수 국민은 믿고 있다. 그러나 근자에는 기대감이 아쉬움으로 바뀌는 변곡점에 접근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미래창조와 창조경제에 대한 고조된 분위기가 전혀 없다. 직업 특성상 다수의 다양한 직군 모임에 참여해 봐도 미래창조와 창조경제가 별로 언급되지 않는다. 언급되지 않으니 논의되지도 않는다. 이미 올드패션 용어이지만 정보화나 인터넷 비즈니스 시절을 생각해보라. 길거리에서나 회의장에서나, 학술지에서나 모두가 얘기하고 모두가 의기 충만했었다. 그 내용은 IT인데 모든 분야 사람들의 관심이었다.
반대로 미래창조와 창조경제는 모두의 주제인데 어찌 특정 일부의 고민인가 말이다.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기술개발과 산업육성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왜 미래창조의 핵심동력인 IT를 일반 과학기술과도 구분하고 대다수 산업과도 구별하고 있는지 곱씹어야 한다. 우리 민족의 화끈한 속성을 논하지 않더라도, 구체적 비전과 사회적 공감대로, 그래서 창조된 적극적 마인드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는 절대 필요하다. 그 흔한 선거철의 길거리 현수막이라도 여기저기 내걸어야 할 판이다.
사실 분위기를 잡으려면 주력부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간접투자를 해야 할 대기업들은 움츠리고 있고, 공공기관은 복지부동하고 있다. 돌격대라 할 수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의 중장기 먹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과학기술 분야 및 단기 성과와 파급효과가 시급한 IT분야가 물리적으로 결합돼 있으니 화학적으로 일체화된 첨병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이라도 과감한 정책을 신속히 추진하는 돌격형 의사결정체계를 구비하고, 이를 실행하는 공공기관 기업 대학으로 촘촘히 구성된 주력부대를 가동해야 한다.
또한 항상 아쉬운 것이지만 미래창조경제의 스타가 있어야 한다. 스타는 그 시대 핵심 정신의 상징이다. 모두들 그를 닮고 싶어 하고 그처럼 성장하고 싶어 한다. 스타가 없으면 흥행에 실패한다. 2013년 프로야구가 작년의 흥행만 못한 이유가 스타 부재라고 한다. 그나마 신바람 분위기와 노장투혼 주력부대에 편승한 한 구단의 승승장구가 매섭다고 한다. 벤처 또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든, 관료나 정치인이든, 전문가든, 대학교수든 스타를 발굴해야 한다. 100% 순도의 청렴·결백·강직한 성인(聖人)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우리에게 우리가 창조할 미래를, 그곳에 갈 길을, 그래서 달라질 우리네 모습을 몸소 보여주는 그런 스타를 간절히 원한다.
불공정한 산업생태계를 혁신하고, 구태의연한 인력양성정책을 개선하고, 비효율적인 연구개발 시스템을 정비하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주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국가의 대명제라면, 정말로 흔한 정책 메뉴에 더해진 일품요리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분위기를 따지고 친지의 강력한 권유로 찾아가 스타들의 사인을 보면서 들뜬 마음으로 유쾌하게 식사하고 싶어 한다. 원래 되는 집의 비결은 그런 것이다.
마침내 청와대에서부터 미래창조의 기조가 담금질에서 채찍질로 바뀌었다. 막연히 기다리지 말고 창조하자는 미래, 그 미래 또한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이제 새 정부 출범 6개월째. 씨 뿌리고 느긋할 때가 아니다. 정말 조급한 마음으로 지켜볼 일이다.
임춘성 < 연세대 교수·정보산업공학 객원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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