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 위 댄스…춤바람 난 대한민국

입력 2013-08-18 17:35
수정 2013-09-16 16:07
'춤야유회@선유도' 행사에 직장인 등 1천명 몰려
충무아트홀 '춤추는 꽃중년'·댄스동아리도 인기



“둥둥 두두두둥 둥둥둥 두두두둥...”

지난 17일 오후 8시30분쯤 서울 양화동 선유도공원. 레게 머리를 한 브라질 삼바 퍼레이드 팀 리더가 호각을 불자 그 뒤를 따르던 10여명의 연주자가 자기 덩치만큼 큰 북을 일제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쿵쿵’ 심장을 울리는 삼바 리듬이 선유도에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저마다 어깨를 들썩거리며 뒤따랐다.

토요근무를 마치고 온 듯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이 탭댄스를 추고, 주말 데이트를 나온 연인은 두 손을 맞잡고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겼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부터 중년 아저씨, 키 작은 꼬마들까지 1000여명의 시민은 선유도공원을 돌며 신명 나는 난장 속으로 빠져들었다.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한 ‘게릴라 춤판 춤야유회@선유도’를 즐기는 시민들에겐 공공장소에서 춤을 춘다는 부끄러움도 낯섦도 없었다.

서울은 지금 춤바람에 빠졌다. 서울문화재단, 각 자치구 극장,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창작공간 등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춤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춤바람의 선두를 차지한 것은 서울문화재단이 춤을 통해 일상의 공간을 축제로 만들고 삶에 활력을 선사하자는 뜻에서 진행 중인 ‘서울댄스프로젝트’. 지난 3월 오디션을 통해 시민 춤꾼 50여명을 모아 지하철 마포대교 광화문광장 등 시내 곳곳을 15차례 이상 돌며 게릴라 춤판을 벌였다.

박성혜 무용평론가는 “지금껏 춤은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들만 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춤의 근원을 따져보면 우리 삶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커뮤니티 댄스를 비롯해 시민을 대상으로 한 댄스 프로그램은 우리 몸에 내재된 춤을 끄집어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천호동에 사는 박인애 씨(49)는 충무아트홀에서 운영하는 ‘춤추는 꽃중년’에 참여하고 나서 결혼 후 남편과 처음으로 손잡고 춤을 췄다. ‘춤추는 꽃중년’은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열리는 댄스 프로그램. 박씨는 “남편이 퇴직한 뒤 편의점을 열고 나서 정신적·경제적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1주일에 2시간씩 춤을 추고 나서 인생이 많이 달라졌다”며 “여기서 얻은 에너지로 힘든 일상을 버틸 수 있게 됐고 남편과 사이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댄스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서울문화재단이 지난 2~3월 서울에 사는 직장인 마을공동체 동호회 등을 대상으로 모집한 ‘춤바람 커뮤니티’에는 10~100명으로 구성된 40개 단체가 선정돼 운영 중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지축역 역무원 모임인 IGBT 동우회, 가든파이브 입주상인 모임인 ‘땐동’, 관악구의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춤을 추는 위드맘 등의 커뮤니티 활동이 특히 활발하다. IGBT 회장을 맡고 있는 고영철 씨는 “춤을 추고 나서 젊은 친구들, 어른들과 쉽게 소통하게 됐다”며 “춤이 삶에 큰 활력이 됐다”고 말했다.

김윤진 서울댄스프로젝트 기획감독은 “춤야유회에 참가한 어르신이 이런 축제를 한 달에 한 번씩 열었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인의 몸에는 신명과 흥이 내재돼 있다”며 “가장 본능적 예술인 춤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춤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설명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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