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내일로' 청춘열차

입력 2013-08-16 17:39
수정 2013-08-17 02:47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한때는 무전여행이 유행했다. 돈 한 푼 없이 배낭 하나 메고 전국을 누비던 그 때. 열차 꽁무니에 몰래 탄 뒤 차장이 지날 때마다 마음 졸이곤 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기차표 하나로 1주일 동안 전국 어디든 다닐 수 있다. 만 25세 이하 청년을 위한 철도 여행상품 ‘내일로’ 덕분이다.

5만6500원짜리 ‘내일로 티켓’ 한 장을 사면 여름과 겨울방학 때 7일간 무제한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올여름 활용 기간은 지난 6월1일부터 내달 6일까지다.

유럽의 유레일 패스를 본뜬 이 상품은 고속철도 개통으로 줄어든 지방노선을 활성화하기 위해 코레일이 2007년 선보였다. KTX를 제외한 모든 열차의 자유석과 입석을 이용할 수 있어 큰 인기다. 첫해 7868명에 불과하던 이용자가 지난해 17만명을 돌파했다. 올해도 벌써 10만명을 넘었다. 이 티켓으로 여행하는 젊은이를 일컫는 ‘내일러’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 ‘바이트레인’ 회원은 40만9000여명이나 된다. 열성파들이 하도 많아 전국적인 축제까지 펼친다. 이달 내내 전주한옥마을에선 금·토요일 저녁마다 네트워킹 파티가 이어진다. 영주 풍기 등 곳곳에서 특별 이벤트도 열린다. 도착지를 미리 알리고 ‘번개’를 날리면 순식간에 몇 십명씩 모이는 건 예사라고 한다.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다니며 트레킹까지 즐기는 마니아도 많다.

이들이 즐겨 찾는 1순위 여행지는 이른바 ‘내일로 성지’로 불린다. 경부선에서는 아우내장터로 유명한 천안, 포도와 와인향의 영동, 감의 고장 청도 등이 거점이다. 호남선에선 근대풍경이 있는 강경, 보석의 도시 익산 등을 거쳐 목포와 해남 땅끝까지 달린다. 남원 곡성 구례 순천 여수를 지나는 전라선과 보성 벌교 등으로 가는 경전선도 인기다.

스무 번 이상 이 여행을 즐긴 박솔희 씨는 ‘청춘, 내일로’라는 책까지 냈다. 주요 여행지 46곳의 종합정보뿐만 아니라 시간별 이동경로도 알려준다. 열정적인 내일러들은 3561.5㎞에 이르는 전국 철도 노선을 몇 바퀴씩 돌기도 한다. 한 번만 돌아도 서울~부산(441.7㎞)의 여덟 배 거리다.

이렇듯 수요가 넘치다 보니 더러 부작용도 생긴다. 좌석 무단점유나 취중 자리다툼 등 남에게 피해를 입혀 ‘개목걸이족’이란 욕을 먹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참 쿨하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서로 에티켓을 일깨우며 품격을 높일 줄 안다. 세련된 청춘이다. 그래서인지 극장 흥행 1위는 ‘설국열차’요, 야외 흥행 1위는 ‘청춘열차’라는 농담도 더 유쾌하게 들린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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