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젊은이에 전쟁참상 정확히 알려야죠"

입력 2013-08-16 17:18
수정 2013-08-17 01:14
인사이드 Story - 재계 원로가 6·25역사서 낸 까닭은

1051쪽 '6·25전쟁 1129일' 출간…전황·사진 등 수록…사료적 가치
휴전선은 국경아닌 '유동선'…남북협력 땐 '평화의 선' 변화



16일 임대주택 전문 건설사인 부영의 서울 서소문동 본사 대강당. 원로 건설인인 이중근 부영 회장(72)이 무거운 책 한 권을 겨드랑이에 끼고 모습을 드러냈다. 1051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컬러 양장본으로 꾸며진 이 책은 그가 직접 쓴 ‘6·25전쟁 1129일’이란 전쟁 역사서.

이 회장은 “그동안 교육·문화 기부활동을 해오면서 요즘 젊은 세대의 안보의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사회발전과 평화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젊은 세대의 안이한 역사관에 충격

‘6·25전쟁 1129일’은 1950년 6월25일 전쟁 발발부터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까지 1129일간의 날씨, 전황, 국내외 정세와 관련 국가들의 입장 등을 일지 형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편년체 역사서다. 이 회장의 역사관을 서술했다기보다 매일매일 발생한 사실을 가감 없이 기록해 독자들이 당시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쟁 상황별 지도, 통계 도표는 물론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사진도 풍부하게 수록했다.

1941년생인 이 회장은 어린시절 6·25전쟁으로 인해 숱한 고향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등 전쟁의 참화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전쟁의 참상을 겪은 후 다시는 이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당시의 상황과 전쟁의 원인 등을 후대에 제대로 알려 안보의식을 높여야겠다고 결심했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회사의 상태를 사실대로 알리고 그들과 소통하면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기업 경영”이라며 “후손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알린다면 보수와 진보로 나눠 극한대립을 벌이는 지금의 망국적 분열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문학 향상 위해 출판사도 설립

이 회장은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우정문고’라는 출판사도 설립했다. 자신의 아호인 ‘우정(宇庭)’에서 이름 딴 출판사는 필자들을 엄선해 수준 높은 인문학 서적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이번 역사서 발간을 계기로 자신의 박사논문을 바탕으로 저술한 ‘임대주택 정책론’과 ‘한국주거문화사’ 등 2권도 발간했다.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에 대해 이 회장은 남다른 비전을 갖고 있다. 휴전선은 세계가 그어준 국제선이나 국경선이 아닌 불안한 ‘유동선’이기에 대한민국이 이 선을 통일의 출발선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38선은 외세에 의해 정해진 고정선이지만 휴전선은 임의로 그어진 선이기에 대한민국이 투철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 낸다면 민족번영의 ‘평화의 선’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경영하는 부영은 재계 서열 30위(민간기업 기준 19위)의 알짜 그룹이다. 주택 임대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건설업에 평생 몸담아 온 이 회장은 기업활동을 통해 번 이익을 각종 교육·문화사업 등으로 환원하는 기업인으로도 유명하다. 전국에 고등학교 기숙사, 마을회관 등 교육·사회복지시설 140여곳을 무상으로 건립해 기증했다.

베트남과 동티모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4개 국가에도 초등학교 600여 곳, 디지털 피아노 6만여대, 교육용 칠판 60만여개 등을 기부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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