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언제까지 황토만 뿌리고 있을 건가

입력 2013-08-15 17:27
수정 2013-08-15 21:34
"여름이면 되풀이되는 적조 피해
각종 오염원 바다 유입 차단하고
육지·바다 환경관리 일원화해야"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前국립환경과학원장


적조 피해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닫자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어민들을 위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중순께 첫 피해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양식어류 2000만 마리가 넘게 폐사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피해 범위도 전남과 경남 남해안에서 경북 동해안까지 확산되고 있다.

적조는 붉은빛을 띠는 단세포 생물이 천문학적인 숫자로 증식하는 현상으로, 바닷물에 인이나 질소와 같은 영양물질이 풍부하며 일사량이 많고 수온이 높을 때 발생한다. 적조가 발생하면 바다는 순식간에 독수대(毒水帶)로 변한다. 용존산소가 급격히 감소하고 황화수소, 암모니아, 메탄가스 등의 유해물질도 발생한다. 특히 적조생물은 아가미에 들러붙어 산소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에 인근 해역에 서식하는 어패류는 일시에 떼죽음을 당한다.

우리 역사에는 신라시대부터 적조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근래에 와서 처음 보고된 것은 1962년 경남 진동항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는 진동항과 마산항 주변 해역에서 여름철에 소규모로 발생해 1주일 정도 지속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 양식장에 많은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동해안 울진 앞바다까지 확대되기도 했으며,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매년 양식업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 적조 발생이 극심해지고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지구 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의 바다가 수온이 올라가고 일사량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적조생물이 증식하는 데 필요한 영양물질이 외부에서 계속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가 그 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하수처리율은 73%에 달하지만 해안지역은 겨우 50%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모든 하수처리는 유기물을 제거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영양물질은 상당량 그대로 배출된다. 그뿐만 아니라 해안에 위치한 산업단지와 항만 등도 많은 오염물질을 바다에 내놓는다.

비가 올 때 육지에서 씻겨 내려오는 토사, 비료, 쓰레기 등도 적조 발생에 한몫을 차지한다. 특히 농지에 뿌려진 비료는 적조생물이 가장 좋아하는 물질이다. 한국은 단위면적당 비료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해안에 빽빽이 들어선 양식장에서 발생하는 물고기 배설물과 사료도 적조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매년 반복되는 적조 피해를 당하면서도 우리는 황토 뿌리기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 황토 뿌리기는 이미 적조가 발생하고 양식장이 피해를 본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효과에 대해 논란이 많다. 부작용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고 선진국에서는 사용하지 않으며 일본에서는 금지까지 하는 것을 보면 좋은 대책이라 보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적조 발생을 예방하는 대책이다. 해안지역의 하수처리율을 높이고 처리한 하수를 외해로 방류하거나 적조발생 시기만이라도 하수를 고도처리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강우 시 토사나 쓰레기가 해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오염된 항만을 준설하고 친환경 양식법 보급, 어장 휴식년제 등을 강화해 바다의 자정(自淨) 능력도 회복해야 한다. 아울러 적조 발생이 예상될 때 양식장을 개방해 폐사 물고기를 줄임으로써 사체로 인한 2차오염을 줄이는 방법도 취해야 한다.

이런 대책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먼저 정부 조직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육지와 바다의 환경관리가 제도적으로 분리돼 있다. 지난 1996년 해양수산부가 처음 설립되면서 바다는 환경부를 떠났다. 바다 오염원 대부분이 육지에서 기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지는 환경부가, 바다는 해양수산부가 담당하고 있다. 환경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국토의 환경질 감시인데, 육지 면적의 4.5배나 되는 바다는 제외하고 있다. 개발하고 이용하는 부처가 환경감시까지 담당하는 것은 바다를 환경 사각지대로 남겨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박석순 < 이화여대 교수 前국립환경과학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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