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물가상승…목표 밑돌아
내달 QE 축소 지연될 수도
내달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전략 개시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미국 중앙은행(Fed)에 또 다른 골칫거리가 생겼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연 2%를 여전히 밑돌고 있는 것. 그동안 Fed 안팎에서는 물가상승률이 2%에 근접해야 매달 85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해왔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식품 및 에너지 제외)는 전달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1.2% 올랐다. 목표치 2%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Fed 관계자들은 그동안 점진적인 물가 상승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목표치에 도달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자 이제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심지어 디플레이션(경기침체에 따른 경기 하락)을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PPI 월간 상승률은 지난 6월 0.2%에서 7월 0.1%로 하락했다.
Fed가 PPI에 비해 더 중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6월 CPI 상승률은 연 1.64%로 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노동부는 15일 오전에 7월 CPI를 발표한다.
물가상승률 둔화로 Fed가 다음달 출구전략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목표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통화완화 정책을 거둬들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Fed가 출구전략에 나서면 물가상승률은 더 낮아지고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것”이라며 “더 많은 거시경제 지표를 보고 (출구전략 개시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FOMC도 지난달 31일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물가상승률이 계속해서 목표치 2%를 밑돌면 경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몇 달 사이에 물가상승률이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Fed는 9월17~18일 FOMC 직전에 발표되는 CPI와 PPI 상승률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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