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취급수수료 '업계 최고'…금융위기 이후에도 '안정적 수익'

입력 2013-08-15 15:11
[Cover Story - 미래에셋증권]

전문가 심층 진단 -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

오너십 경영으로 신속한 의사결정…불황에 강도높은 군살빼기로 '실적 방어'
펀드수익 대체할 성장성 확보는 '과제'



미래에셋증권은 2007년 펀드 열풍을 이끈 주역이다. 아직도 ‘펀드’라고 하면 미래에셋증권을 떠올리는 투자자들이 많다. 실제로 집합투자증권(펀드) 취급수수료가 업계에서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가장 크다. 작년 회계연도(2012년4월~2013년3월)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펀드 취급 수수료는 785억원으로 2위인 한국투자증권(595억원)과 200억원 가까이 차이난다.

이처럼 펀드 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압도적인 지위는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진한 업황에도 불구, 펀드 판매를 통해 꾸준히 벌어들이는 판매보수 등은 안정적인 수익원이 된다는 점에서 강점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펀드시장 회복이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은 수익성 부진과 성장 둔화 우려의 원인으로 꼽힌다.

다변화한 자산관리형 수익구조

미래에셋증권은 펀드에 집중된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자산관리형 수익 구조로 바꾸면서 펀드 취급 수수료는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2007회계연도의 2544억원에서 지난해 785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자산관리(wrap) 수수료수입 규모는 2007년 99억원에서 지난해 184억원으로, 실적이 하나도 없던 신탁보수는 218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자산관리형 수익구조는 거래대금이 급감한 작년 이후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타사 대비 브로커리지(중개) 수익 비중이 낮고, 브로커리지 내에서도 오프라인지점보다는 온라인과 기관의 수익 비중이 높아 거래대금 감소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모바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은 긍정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모바일용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업계 최초로 내놓았다. 출범 초기 공격적인 수수료 프로모션을 진행해 모바일거래시스템(MTS)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개인 고객이 많은 키움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모바일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은 향후 지속적 성장이 기대돼 미래에셋증권의 입지 역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트레이딩(자산운용) 부문은 보수적인 운용으로 수익을 방어하고 있다. 금리 하락기에는 채권운용이익이 경쟁사들에 비해 크지 않았지만 최근 5~6월 금리가 오를 때 손실을 줄여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다.

지점 통폐합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는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이를 대체할 만한 신규 수익원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단기적으로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판매관리비 축소에 나섰다. 수익 둔화가 불가피하다면 비용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증권업계에 이미 형성돼 있다. 미래에셋의 선제적인 비용 감축은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시장 선점이 필수적인 증권업계에서 강한 오너십은 위기 상황에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내에서도 선제적으로 지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1년 9월 말 118개에 달했던 지점은 2013년 3월 말 현재 78개까지 줄었다. 1년반 만에 40개 지점을 통폐합한 것이다. 임직원 수는 명예퇴직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같은 기간 2267명에서 1936명으로 14.6% 줄었다. 그에 따른 비용 감축 효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연간 판매관리비는 2011회계연도 4062억원에서 지난해 3298억원으로 18.8% 줄었다. 덕분에 판관비율(판관비/순영업수익)은 같은 기간 76.8%에서 67.1%까지 하락했다.

펀드시장 회복 지연…수익 둔화 우려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상품운용 등 주요 수익원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비용 감축은 불황기 실적을 방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고정비 부담을 낮춘 안정적인 운영으로 실적 안정성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업계 평균인 4%를 웃도는 7% 수준이다. 절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악의 업황을 경험하고 있는 증권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이다.

주요 상장 증권사들의 ROE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비교해보면 미래에셋증권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궁극적으로는 비용 감축을 넘어선 외형 성장이 가시화돼야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수익원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펀드수수료 감소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이는 펀드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손미지 mjson@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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