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 운동 '사각지대' 대학 캠퍼스
SKY대 전력소비, 대기업 사옥 20곳과 맞먹어
서울지역 기온이 32도까지 오른 14일 오후 1시40분께. 한울원전 4호기 등 전력공급이 일부 늘었지만 냉방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거래소는 전력수급경보 ‘준비’ 단계를 발령했다. 이 시간 연세대 중앙도서관 8층 카페. 에어컨 2대가 찬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설정된 에어컨의 목표 온도는 모두 21도였다. 곳곳에 긴팔 티셔츠를 입은 학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같은 시간 서울대 언어교육원 1층 카페는 디지털 측정기로 22.3도를 가리켰다. 외부와 10여도가량 온도 차가 나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다른 건물의 카페 은행 등도 실내 온도는 대부분 22~23도였다.
○‘전기 먹는 하마’ 서울 주요대학
최악의 전력위기 3일째를 맞은 이날 기업과 공공기관 등은 냉방을 멈추고 생산라인 일부도 중단하는 등 절전에 앞장섰다. 하지만 대학들은 절전 운동의 무풍지대였다. 싼값에 전기가 공급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전력 최대 소비처는 연평균 3만3512㎿를 소비한 대학교였다. 이어 병원, 백화점, 호텔, 대기업 사옥 순이었다. 서울시내 20개 주요대학 중 서울대가 15만2664㎿로 가장 많았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곳은 지난해 28만5038㎿를 사용해 서울시내 주요 대기업 사옥 20곳(30만5656㎿)과 엇비슷했다.
대학교 측은 캠퍼스에 건물이 많은 데다 연구실에서 다용량의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대학의 경우 일반 건물에 공급되는 전력비가 싸다는 점을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전력비는 일반용과 교육용으로 구분되는데 대학 내 시설은 교육용 전기료가 적용된다. 여름철 기준으로 일반용 전력비가 1㎾h당 106.9원인 데 비해 교육용은 90원으로 22% 저렴하다.
권민 서울시 녹색에너지과장은 “대학들이 값싼 전력비 탓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공간에 개별 에어컨 설치
대학 측은 절전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30분마다 중앙냉방을 켰다 껐다를 반복하고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냉방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정부의 에너지 절약 방침에 따라 행정실과 서무실은 28도, 도서관 강의실 교수연구실은 26도를 유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날 둘러본 주요 대학의 본관 등 행정공간은 26~28도 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 공간에 개별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 절전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학 내 카페 등 상업시설은 기준온도 26도를 지키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교수 연구실도 마찬가지였다. 한 대학의 연구실 조교는 “대부분의 연구실에선 중앙냉방과 별도로 하루종일 에어컨을 켜놓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H대에선 학교 측이 교수실에 냉방 점검을 나갔다가 “왜 학문활동을 방해하느냐”는 교수의 호통을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과 상업시설을 대상으로 적정온도 유지 여부에 대한 단속을 실시했다”며 “다음주부터 주요 대학을 상대로 실내온도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민/김태호/이지훈/홍선표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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