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관련 외국계 증권사에 '650억 추징' 파장…발행·LP겸한 국내 증권사는 稅추징 없어

입력 2013-08-14 17:16
수정 2013-08-15 00:09
'발행가 하한선' 놓고 거래소 책임론도
예탁금 인상 등으로 시장 더 위축 가능성


국세청이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 공급자(LP)를 맡았던 외국계 증권사 2곳에 세금 650억원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8월14일자 A9면 참조


왜 외국계 증권사에만 세금을 추징했는지 △외국계 증권사들이 시차를 두고 손익을 신고할 수밖에 없던 이유로 꼽는 ‘ELW 발행가격 하한선’의 적정성 △국세청의 세금 추징으로 ELW시장이 더 위축될 것인지 등이 논란거리다. 전문가들은 “결국 LP와 발행사 간 헤지거래에서 발생한 손익을 시기별로 세무 신고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외국계 증권사와 잘못이라고 보는 국세청의 판단에 대해 조세심판 과정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ELW LP를 맡았던 외국계 증권사 2곳에 세금을 물리고 골드만삭스 UBS 등 다른 외국계 증권사의 세무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는 이유는 ‘LP와 발행사 간 헤지거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ELW 발행을 못 하고 LP만 맡을 수 있는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들은 발행사에서 ELW를 사들여 투자자에게 판다. 이때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ELW와 상품 구조가 반대인 옵션을 장외시장(OTC)에서 매도한다. OTC옵션은 만기에 손익이 확정되지만 ELW는 투자자에게 팔면 손익이 결정되기 때문에 해마다 세무신고를 했다는 게 LP들의 주장이다. 국세청은 OTC옵션 만기 때 손익을 일괄 신고하면 되는데 시기별로 나눠 한 것은 세금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판단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ELW 발행과 LP를 동시에 맡을 수 있기 때문에 발행사와 LP 간 헤지거래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맥쿼리증권한국 노무라금융투자 등 ELW사업을 활발히 펼쳤던 외국계 증권사들도 지점이 아닌 본사의 자회사 형태로 한국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국세청의 세금폭탄을 피해갈 수 있었다.

외국계 LP들은 “한국거래소가 ELW 발행가격 하한선(종목형 700원 지수형 500원)을 정해놨기 때문에 해마다 손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ELW 주당 거래가격은 500원, 발행가격이 900원이라고 가정하면 LP들이 1주를 팔면 400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발행가와 같은 OTC옵션으로 헤지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발행가격 하한선을 정해놓은 것은 시장 개설 때부터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합의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발행가격 하한선을 정해놓지 않으면 ELW 거래가격이 너무 저렴해져 투기 성격이 짙어지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지난 5월 ELW 발행가격 하한선을 지수형은 500원, 종목형은 200원으로 낮췄다”고 덧붙였다.

세금 추징 때문에 LP호가제한·기본예탁금 인상 등으로 침체된 ELW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금추징 대상 외국계 LP들은 수익성 악화로 이미 ELW시장에서 철수한 상황이지만 다른 외국계 증권사의 사업 철수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같은 규제 환경에선 ELW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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