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완화에도 입찰 문의조차 없어
여수세계박람회 폐막 1년이 지났지만 매각 등 사후활용 계획이 겉돌면서 애물단지로 남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14일 여수세계박람회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재공고에 들어간 2차 매각에서도 아직까지 참여업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람회재단 측은 “이번 2차 매각에서는 일괄 매각, 일괄 대금납부 방식이었던 작년 말 1차 매각과 달리 구역별 분할매각, 5년 분할납부 등으로 매각 방식과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2개 기업에서 박람회장을 둘러본 것을 제외하고는 입찰 참가 문의조차 없다는 게 박람회재단 측 설명이다.
이번 매각의 사업제안서 제출기간은 내달 12일까지이며 최종사업자는 이후 15일 이내에 선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사업자 공모를 했으나 1개 업체가 응찰하면서 매각이 무산되자 이번에 재공모했다. 이처럼 박람회장 매각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여수가 수도권 등과 지리적으로 너무 떨어져 있는 데다 최근에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지매각 지연으로 지난해 8월12일 폐막 때 발표한 여수선언에서 ‘개발도상국들의 해양문제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여수프로젝트도 재원 부족으로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람회재단은 그동안 여수프로젝트 시범사업으로 개도국에 대한 수요조사와 연구과제 선정 등을 해왔으며 오는 10월께 구체적으로 본사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업예산이 20억원에 불과해 내실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박람회재단 관계자는 “올해 예산이 너무 적은 게 사실이지만 내년부터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입금 상환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정부에서 빌려온 차입금은 4846억원. 이 가운데 박람회재단 전신인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가 500억원을 갚았고, 박람회재단도 수익정산금 700억원 중 500억원을 상환했지만 여전히 차입금은 3846억원에 이른다. 박람회재단은 수익정산금 중 차입금을 상환하고 남은 200억원으로 조직과 인원을 축소해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 게다가 부지매각 대금으로 정부 차입금을 갚기로 해 여수를 동북아 해양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당초 계획도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한은실 박람회재단 경영기획부 차장은 “운영 예산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재개장을 위해 자체사업보다는 임대사업을 통해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박람회장 활용과 콘텐츠 개발 제약에 따른 수익 감소와 매각 차질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남해안권역 9개 시민단체와 전남지역 22개 시·군의회 의장단 등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는 사후활용보다는 민간매각과 정부 선투자금 회수 등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박람회 사후활용에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수=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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