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우리·삼성 등 5곳 사모펀드 컨소시엄 참여 타진
"IB딜과 연계 경쟁력 강화"
▶마켓인사이트 8월12일 오전 8시6분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증권사들이 기업 대출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투자은행(IB) 부서들이 잇따라 자금운용한도(북·book)를 대폭 늘리며 은행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29일부터 기업 대출 가능
그동안 증권사들은 기업 금융 관련 대출만 가능했다. 상장(IPO), 회사채 발행, 인수합병(M&A) 등 각종 자금 IB업무에서 자문사를 맡는 경우에 한해 기업들에 돈을 빌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29일 시행되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인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곳은 자기자본의 한도 내에서 제한없이 기업 대출을 포함한 신용 공여가 가능해진다.
그동안은 M&A 관련 인수금융(기업 인수자금 대출)에만 일부 나섰던 증권사들은 이제 리파이낸싱(대출자금 재조달), 브리지론(공사대금 담보 단기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물론 일반 담보 대출에까지 보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IB부서를 중심으로 자금운용 한도를 확대하면서 대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최근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 등)이 추진 중인 4000억원 규모의 교보은행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 참여할 뜻을 타진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각종 딜 자문과 주선 업무를 하면서 이와 관련한 대출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어 은행권과 경쟁해볼 만하다고 자신했다.
○IB 자문과 연계한 대출 마케팅
가장 활발한 곳은 우리투자증권이다. 올 들어 네파, ING생명 등 매각 당시 인수후보에게 수천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를 써주는 등 인수금융 부문에서 은행과 어깨를 겨루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리파이낸싱과 프로젝트 금융 등에서도 자기 자본을 가지고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6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융 부문 북을 1조원 안팎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100억원 안팎의 소규모 인수금융을 추진하며 워밍업을 하고 있다. 9월부터는 북을 확대해 인수금융 규모를 늘리고 리파이낸싱 시장에도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대출 규모 500억~2000억원 안팎의 중견 기업 대출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과 KDB대우증권 역시 대출 시장 진출을 앞두고 IB 본부의 북을 늘리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대출 시장 진출을 위한 내부 규정 마련에 착수했다. 북을 어느 정도 늘릴지, 리스크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마련할지, 투자 대상 기업의 신용등급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신원정 삼성증권 IB본부장은 “기업이 자금조달을 할 때 증권사가 자문을 맡기 때문에 상품 구조나 만기 설계 등에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권에 비해 금리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밀착 서비스와 스피드를 통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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