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이사장 사의 표명에 安측 "만류 위해 접촉"
인재영입 차질 등 재보선·지방선거 영향 촉각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으로 지난 5월 영입됐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80여일 만에 사퇴의 뜻을 밝혀 안 의원의 독자 세력화에 적신호가 켜졌다. 안 의원 측은 일단 만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퇴 배경을 놓고서도 양측 간 해석이 미묘하게 엇갈리면서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게 됐다.
안 의원 측 공보를 맡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는 12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 명예교수가 지난 10일 안 의원을 만나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사퇴를 만류하기 위해 최 명예교수 측과 조만간 접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실명제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 명예교수께서) 가시지는 않았다”며 “(최 명예교수와) 계속 만나며 상의하고 배울 것”이라고 했다. 최 명예교수의 사임 배경에 대해서는 “학자적 양심을 가지고 정치적 이해타산 없이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도 주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석하다 보니 많이 힘드셨던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도 이에 대해 “최 명예교수의 발언을 자신의 소신이 아닌 안 의원 측의 입장으로 받아들이거나 과거 안 의원이 얘기한 것과 다르면 ‘불협화음’이라는 식으로 보도가 되니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 명예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학자로서 정책 개발이나 이론적인 뒷받침이 내 역할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정치적인 역할에까지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며 “나는 공직이나 정치적 활동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최근 인재 영입난에 시달리고 있는 안 의원 측이 최 명예교수에게 모종의 역할을 주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 명예교수는 진보 진영의 원로 정치학자로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도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거물”이라며 “안 의원 측이 최근 독자 세력화를 위해 광범위한 인재 영입에 나선 만큼 최 명예교수 스스로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 명예교수는 안 의원이 지난 4월 재ㆍ보선 출마를 위해 귀국한 뒤 극진히 공을 들여 영입한 ‘1호 인사’라는 점에서 안 의원 측이 입게 될 타격이 적잖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 국가정보원 국정조사와 북방한계선(NLL) 관련 정국에서 양당 간 대결 구도 속에 존재감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안 의원은 이날 인재 영입과 관련해 “차질없이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결과에 대해 말씀드릴 날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안 의원은 차명거래 및 자금세탁의 고리를 끊고 검은 돈과 지하경제 간의 유착을 근절하기 위한 ‘자금세탁 방지 3법’을 이달 중 ‘1호 법안’으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금세탁 방지 3법은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자금세탁방지법’으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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