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더 테러 라이브'…빈 라덴 제거에도 되살아난 '9·11 공포'

입력 2013-08-09 17:25
수정 2013-08-09 21:59
글로벌 이슈 따라잡기

"알카에다 위협 최고" 美, 16개국 대사관 폐쇄·자국민 철수령

알카에다 테러 모의 美에 발각…아프리카·동남아까지 침투

시리아 내전·이집트 유혈사태
이슬람권 종교·정파간 반목… 정세 혼돈 틈타 세력 확장



“그들의 회의는 마치 ‘파멸의 군단(legion of doom)을 보는 것 같았다.”

세계 최대 테러범죄 조직 알카에다의 수뇌부 20여명이 최근 테러 모의 관련 전화회의를 진행했다는 사실이 미국 정보당국에 의해 발각돼 지난 7일 발표됐을 때 미국 정부 관계자가 미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에 묘사한 말이다. ‘파멸의 군단’은 미국 만화영화 ‘슈퍼 프렌즈’에 등장하는 악당들의 모임 이름이다. 알 카에다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대한 테러를 감행하겠다는 이야기를 국제전화로 하는 모습이 지구 정복을 꿈꾸며 날마다 회의하는 만화 속 ‘파멸의 군단’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2011년 5월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이후 한동안 잠잠한 듯했던 알카에다가 또다시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알 카에다 조직원들의 주요 근거지는 중동이다. 이들은 중동 정세의 혼돈을 틈타 자신들의 영역을 암암리에 확장시키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 아프리카, 아라비아반도, 유럽 등 과거 주요 테러 대상 지역이 아니었던 곳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되살아나는 ‘9·11 공포’

2011년 5월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빈 라덴 사살 성공을 발표하면서 “알카에다는 이제 과거의 그림자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마침내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겼다는 자신감을 과시한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3개월이 흐른 지금 미국의 현실은 초라하다. 지난 4일에는 예멘과 이집트, 이라크 등 이슬람권 국가 22개국의 외교공관을 잠정 폐쇄했다. 미국 정부는 특히 예멘의 경우엔 자국민들로 하여금 될 수 있는 한 빨리 빠져나올 것을 권고했다. 예멘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 대한 테러를 계획 중이며, 이 테러 규모는 9·11 테러를 능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슬람교의 금식월인 라마단이 지난 8일 끝남에 따라 그간 종교적으로 테러 행위를 자제했던 일부 세력들이 ‘이둘 피트르(단식을 끝내는 기념일)’ 축제기간에 폭력 사건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브루스 호프먼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알카에다 자체는 힘이 약해졌을지 몰라도 이념은 계속 살아남아 새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도 “10년 전의 알카에다가 중앙집권 체제였다면 현재의 알카에다는 지방분권 체제”라며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이자 주요 전략을 짜고 있는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노리는 것은 조직을 분산시켜 테러 단속과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8일 보도했다.

◆끝날 줄 모르는 중동의 혼란

알카에다가 현시점에서 서방 세계를 향해 다시 칼날을 들이댈 수 있는 이유는 중동 정세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 ‘아랍의 봄’ 이후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 독재 타도와 민주화가 진행됐지만, 오히려 이것이 또 다른 혼란의 씨앗이 됐다.

‘아랍의 봄’이 촉발됐던 튀니지에선 지난 2월과 지난달 말 야권 지도자가 잇따라 암살됐다.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민주화 열망이 거세졌던 리비아에서도 지난달 26일 야권 정치인이자 유명 변호사인 압둘 살람 알무스마리가 사원에서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도중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집트에선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쿠데타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권좌에서 밀려났지만,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 원리주의파 무슬림형제단이 과도정부와 날카롭게 대립 중이다. 이란에선 성직자 출신의 하산 로하니가 지난 4일 신임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향후 이란의 외교노선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하니가 중도 온건파라고는 하지만 이란의 실질적 최고지도자이자 반미주의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여전히 건재하다.

최근 일련의 중동 사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시리아 내전이다. 2011년 1월 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독재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로 시작된 이 내전은 이슬람 양대 종파인 시아파와 수니파의 충돌로 번졌다. 이윽고 이웃 국가 레바논의 과격 시아파 무장 정치단체 헤즈볼라가 알아사드 대통령의 편에 서서 이 내전에 끼어든 데 이어 미국이 반군을 지지하면서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유엔은 현재까지 이 내전으로 1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테러 안전지대'는 없어

알카에다는 중동 지역의 각종 분쟁에 은연중 간여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일 “알카에다가 AQAP에 힘을 실어주면서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에까지 조직원들과 무기를 침투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전화회의를 통해 알카에다가 더 이상 공격 대상 지역을 미리 특정 짓지 않는 경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가 과거 테러와는 별 연관이 없던 아프리카 남부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와 모리셔스 등을 공관 잠정 폐쇄 대상국에 포함시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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