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 잇단 무산' 영종도 부동산 시장, 땅값 반토막…수백가구 빈집 수년째 방치

입력 2013-08-08 17:48
수정 2013-08-09 01:56
현장 리포트 - '개발사업 잇단 무산' 영종도 부동산 시장

카지노·에잇시티 등 잇달아 무산…토지·단독주택 줄줄이 경매로
하늘도시 아파트도 절반 비어…제한 풀린 펜션부지만 문의 늘어



8일 인천시 영종도 운북동 공설묘지 바로 건너편 마을. 도로도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이 지역 곳곳에는 수백가구의 빈집이 들어서 있었다. 급하게 지은 주택과 상가들은 마무리 공사를 생략했는지 내부가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인근 M공인 대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후 보상을 노리고 토지를 사서 건축물을 지었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다”며 “3년 전 경제자유구역에서 풀리고 개발계획들이 차례로 무산되면서 땅값이 떨어져 경매로 넘어가는 집들도 많다”고 전했다.

○가격 40% 떨어져도 매수세 없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최근 영종도 최대 개발사업인 317조원 규모의 ‘에잇시티(8City)’사업 무산을 선언하면서 영종도 부동산 시장은 끝 모를 침체의 늪에 빠졌다. 2010년 영종도 대부분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된 데다 밀라노 디자인시티와 외국인 카지노 유치 무산에 이어 에잇시티 등 각종 개발사업이 잇따라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주민과 외지인이 수용 보상금을 노리고 사들였던 토지와 단독주택들은 줄줄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40%까지 하락한 가격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영종도 단위농협 한 곳에서만 지역 주민 대출 금액이 1000억원이 넘는 상황이다.

운북동 L공인 대표는 “보상이 무산된 2~3년 전부터 부동산 거래가 줄어 일거리도 없다”며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과거엔 3.3㎡당 180만~2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감정가의 60% 정도인 경매 낙찰가격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영종도 남쪽에 조성된 하늘도시 아파트 단지들도 최악의 상황이다. 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절반이 넘는 가구가 비어 있다. 중산동 H공인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서울이나 인천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 선전하지만 이곳에 와본 사람들은 휑한 단지 주변을 보고 발길을 돌린다”며 “서울로 나가는 공항고속도로는 할인도 안돼 승용차로 왕복하는 데 통행료만 1만5000원이나 든다”고 말했다.

○개발제한 풀린 펜션부지 수요 증가

주민들은 에잇시티 등 무리한 사업이 정리되면서 영종도가 시간을 두고 순차적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종도 주민 김성욱 씨는 “무리한 개발 계획들이 영종도를 망치고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무산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투자한 사람들조차 토지 보상이나 받으려 했지 개발사업이 잘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잇시티가 무산됨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청이 해당 지역인 용유·무의도에 대한 개발 제한을 완화한다고 발표하자 펜션 등 관광사업을 염두에 둔 일부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인천 용유동 마스터공인의 이용표 대표는 “사업 무산이 발표된 뒤로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동 H공인 관계자는 “개발제한 때문에 토지가 3.3㎡당 50만원에도 거래가 안됐지만 개발 제한만 풀리면 펜션 부지는 3.3㎡당 200만~300만원에도 팔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영종도=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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