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단독회담 수용 어려워
여야, 회담형식 놓고 '핑퐁게임'
정치권의 대치 국면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회담 형식을 놓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민주당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5자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거부했다. 김 대표는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제1야당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흘 만에 다자회담 제안으로 답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1 대 1 담판을 거듭 촉구했다.
청와대는 유감의 뜻을 밝혔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여야 당대표로부터 대통령과의 회담 제의가 있어 대통령께서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또 민주당이 거절해 유감스럽다”며 “국민을 위해 만나 산적한 현안을 논의하는 게 좋다고 보는데 안타깝다. 청와대는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회담 형식을 놓고 평행선을 그리는 건 각자 유리한 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청와대는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국정조사 문제로 야기된 정국파행을 마무리 짓고,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이 제안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양자회담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당 지지율 하락과 강온파 간 갈등 등을 타개하기 위한 지지층 결집을 겨냥해 ‘대선불복성 장외투쟁’을 이어나가다 동력이 떨어지자 민주당이 1 대 1 회담을 제안했다는 게 청와대의 상황 인식이다. 여당 대표를 제쳐두고 야당 대표만 만나는 것도 부담이다.
김 대표로선 대통령과 1 대 1 회담이 성사되고 결실을 도출한다면 제1야당 대표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장외투쟁의 회군명분으로도 삼을 수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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