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기 전 靑비서관 "장인이 살림 맡아"
檢 "일가 재산에 불법자금 유입 따질 것"
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전씨의 재산 형성 과정을 공개하고 나선 것은 현재 환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재산이 비자금에서 유래되지 않았음을 강조해 추징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 전 비서관에 따르면 전씨는 재산의 대부분을 그가 영관급 장교이던 1960~1970년대 장인 고(故) 이규동 씨에게서 받았다. 민 전 비서관은 “장인이 ‘집안 살림은 나에게 맡기고 군무에만 전념하라’며 전 전 대통령, 장남 이창석 씨 등의 명의로 재산을 취득·증식시켜줬다”며 “전씨 자녀들의 사업활동에 종잣돈으로 사용된 자금은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이나 처남 또는 이순자 여사의 개인 재산에서 나온 것이지, 전 전 대통령의 정치 자금에서 흘러들어간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규동 씨는 창석씨 명의로 경기 오산 일대 땅과 서울 서초동 부지, 성남 하산운동 일대 부동산을 구입해 전씨 재산으로 남겼다. 취득 당시 이들 부동산은 가치가 그리 높지 않았으나 1970년대 이후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고 민 전 비서관은 주장했다. 당시 사들인 서울 서초동 부지에는 전씨의 장남 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가 들어서 있다.
민 전 비서관은 “이규동 씨의 도움 덕분에 전 전 대통령은 봉급을 그대로 저축해 모았고 이순자 씨도 편물을 배워 부업을 하는 등 살림에 여러모로 돈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또 전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연희동 자택 부지는 그가 월남전에 참전했을 당시인 1969년 이순자 씨가 취득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검찰이 압류한 이순자 씨 명의의 연금보험도 이규동 씨의 재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씨가 재산 형성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한 것은 검찰의 수사 전환을 앞두고 전씨 일가의 자산이 비자금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집행팀(팀장 김형준 외사부장)은 이르면 다음주께 환수 작업을 수사로 전환, 관계자 등을 소환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전 전 대통령의 반격이 시작된 시점에서 검찰의 수사력은 전씨 가족 등 일가의 자산 형성이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밝혀내는 데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이 아닌 가족 등 제3자에게 추징금을 환수하려면 해당 자산이 전씨의 비자금으로부터 유래한 불법 자산이라는 것을 검찰 측이 직접 입증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민씨 주장만으로는 진위를 파악할 수 없다”며 “향후 수사를 통해 재산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밝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간간이 기억력과 집중력이 감퇴한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사리 판단은 분명하고 일상 생활도 정상적”이라고 밝혔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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