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억만장자는 왜…'종이신문'을 탐낼까

입력 2013-08-06 17:08
수정 2013-08-07 01:22
베조스 '경영난' WP 인수…새 콘텐츠 사업 전략 분석
신문사 29곳 사들인 버핏…"인터넷·TV 발달해도 신문 콘텐츠 깊이 못따라가"



“전통 미디어와 실리콘밸리 자본의 결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저스(49)가 5일(현지시간) 136년 역사의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를 2억5000만달러(약 2786억원)에 사들인다고 발표하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이같이 비유했다. 실리콘밸리 출신 기업인이 인쇄매체 신문사를 직접 인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 베저스의 워싱턴포스트 인수 소식과 베저스가 워싱턴포스트 경영진 및 기자들에게 보낸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6일자 1면 기사도 미리 만들어 인터넷상에 올렸다. 베저스는 아마존과 상관없이 개인 돈으로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다. 베저스는 올해 포브스 선정 세계 부호 19위로 재산이 252억달러(약 28조원)에 달한다.

베저스는 편지에서 “워싱턴포스트의 가치는 변치 않을 것”이라며 “신문의 의무는 사주의 이익이 아니라 독자를 위해 추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워싱턴포스트 경영진과 기자들의 편집권 및 기사 작성에 대해 간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판매 부수 감소로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2002년 76만9000부였던 판매 부수는 지난해 47만2000부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1%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1억900만달러 흑자에서 537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외신들은 “세계 신문업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저스는 매일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을 통해 각종 신문을 탐독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분명 새로운 콘텐츠 사업을 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베저스의 워싱턴포스트 인수는 제조업과 정치, 기존의 엘리트적 사고방식에 기반해 성장해 온 미국 동부 중심 지역의 미디어 매체가 미국 서부 정보기술(IT) 산업의 상징인 실리콘밸리 자본과 어떻게 결합했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베저스의 워싱턴포스트 인수를 계기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3)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버핏의 유별난 신문 사랑 때문이다. 그는 1973년부터 2004년까지 워싱턴포스트의 모회사 워싱턴포스트컴퍼니 주식을 꾸준히 사모았다. 현재 그가 보유한 주식은 총 170만주로 11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5일 현재 지분가치는 10억1000만달러에 달한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분석했다. 베저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사들인다는 소식에 워싱턴포스트컴퍼니 주가가 이날 장 마감 후 거래에서 급등했다.

버핏은 또 현재 미국 전역의 지역 신문사 29곳을 갖고 있다. 모두 2011년 이후 사들인 것이다. 버핏은 지난 3월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인터넷과 TV가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신문의 콘텐츠 전달력과 깊이를 결코 따라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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