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베이징의 임대료 공포

입력 2013-08-06 16:59
수정 2013-08-07 03:10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중국 베이징의 상업중심지 궈마오(國貿)에 있는 A사는 최근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건물주가 만기가 끝난 사무실 임대료를 150%나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궈마오의 사무실 임대료는 최근 3년간 많게는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새로 생긴 건물들의 오피스텔 임대료는 ㎡당 평균 월 1000위안(약 18만원)이나 한다.

중국에서 꽤 알려진 한국의 유통업체 B사는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고급 쇼핑가 ‘솔라나’에 있던 매장을 최근 폐쇄했다. 100㎡ 크기의 소형 점포였지만 건물주는 임대료를 월 8만위안에서 14만위안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급 쇼핑몰의 상징성을 고려해 계약을 유지하려 했지만, 적자폭이 너무 커 철수를 결정했다”며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신규 매장은 외곽 쪽에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베이징의 임대료 상승률은 임대업체에는 거의 공포 수준이다. 보통 계약기간이 2~3년인데도 재계약을 하려면 인상률이 100~200%나 된다. 장사가 잘되는데도 임대료가 너무 치솟아 어쩔 수 없이 재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한국 식당 중 하나였던 ‘화로화’도 비싼 임대료의 희생양이 됐다. 건물관리인은 이 식당 임대료 및 보상금 문제로 마찰을 빚자 폭력배들을 동원해 한국인 주인을 폭행하고 가게를 부숴 한인 사회에 충격을 줬다. 화로화 측은 결국 건물관리인의 요구를 수용해 보상금을 주고 임대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사실상 쫓겨난 셈이다.

‘만커피’라는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신자상 (주)정성본 회장은 만커피 매장의 높은 수익성 비결로 저렴한 임대료를 꼽았다. 그는 사업 파트너로 주로 부동산업자들을 선택해 파트너 건물에 매장을 입주시키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최소화해왔다. 최근에는 건물주들이 만커피를 유치하기 위해 임대료를 낮출 정도로 만커피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 CJ는 중국에서 CGV 영화관을 입주시킬 때 20~30년 장기 임대계약을 원칙으로 한다. 역시 임대료로 인한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개인 영세업자나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기업들이 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베이징의 임대료는 이제 한국 사업자들에게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가 됐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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