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출구전략 준비도 안됐는데…

입력 2013-08-06 16:57
수정 2013-08-07 03:10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매미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긴 장마가 끝났다는 것을 아는 듯하다. 지금 무더위도 곧 한풀 꺾일 터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절기상으로 입추다.

2008년 이후 이어지던 세계 경제 침체도 마침내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 회복이 결정적이다. 주요 경제지표들마다 몇 년 만의 최고기록이다. 심지어 다우존스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시장에선 올 가을, 이르면 9월이라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출구전략 로드맵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美 경제는 준비 끝났다

미 경제는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은 1.7%로 1분기(1.1%)보다 높은 깜짝성장이었다. 일각에서는 국내총생산(GDP) 산출방식 변경 효과라는 지적도 있지만, 작년 4분기 이후 두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기업 투자 증가가 주목된다. 2분기 기업 설비투자는 4.1%나 늘었다. 정부 지출이 0.4%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더욱이 7월 실업률은 7.4%로 4년7개월 만의 최저치다. 민간부문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고무적이다. 여기에 7월 미 제조업지수는 2년1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미 기업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는 얘기다. 3분기 성장률은 2%대로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월 출구전략설이 이상할 게 없다.

게다가 미 경제는 출구전략 이후에도 낙관적이다. 수년간의 개발노력 끝에 성공한 셰일가스·오일이 만드는 에너지혁명이 바로 그 동력이다. 이미 에너지 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동 산유국은 석유 수출 감소로 비상이다. 미 제조업은 엄청난 원가절감을 무기로 독주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국은 이런 상황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이제 간신히 경제민주화 소동에서 빠져 나올 출구를 탐색 중이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만 있을 뿐, 정부 차원의 후속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민주화가 끝난 게 아니라며 갑을타령에다 대기업과 대주주를 징벌에 처하려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순환출자 금지법안, 금융 계열사 의결권 축소 같은 법안들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소위 3%룰로 대주주가 지분대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상법개정이 추진되는 게 다 그런 연유다.

경제민주화 출구조차 아득

이러는 동안 기업은 쇠락하고 기업인은 의욕을 잃어간다. 올 2분기 기업설비투자는 다시 마이너스로 후퇴했고,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분기째 추락하고 있다. 대표기업들조차 2분기 매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영업이익은 반토막인 어닝쇼크다. 잘나간다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다. 수출마저 한 자릿수 증가가 버거운 지경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1분기 0.8%, 2분기 1.1% 성장에 우쭐대며 2.7~2.8% 성장 목표치가 어디냐며 자화자찬이다. 이미 3% 중후반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조차 바라보기 어려운 처지가 돼 버린 영락없는 3류 경제 모습이다.

위기가 끝나 출구가 보인다는데 한국은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기업은 유례없는 탄압법에 시달리고, 일선 기업 현장에서는 죽봉이 다시 등장하고, 파업을 위협하는 강성노조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 말만 되풀이할 뿐 뭐 하나 실천하는 게 없다. 기업인들은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하면 뭐하냐’며 체념상태다.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기업들을 자꾸 해외로 내모는 꼴이다. 위기가 위기인지 모르는 게 진짜 위기다. 더구나 자초하는 위기다. 출구전략 이후가 끔찍하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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