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명문교가 '상위○%' 표현 꺼리는 이유는…

입력 2013-08-06 14:07
수정 2017-07-01 10:30
학교 입장… 명품학교보다 중요한 입시흥행?
수험생·학부모에 정확한 정보 제공이 더 중요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 간에는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자, 우선 독자 여러분에게 질문 드립니다. 수험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명문 학교들이 있습니다. 이 학교들은 '상위 1% 수험생 합격', '합격자 내신 성적 1% 이내' 같은 수식어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객관적 수치로 명품 학교임을 입증하는 셈이니 좋아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입니다.

"기사 내용은 감사하지만 합격자 수준이 다소 높게 표현된 것 같습니다. 더 낮은 성적의 학생들에게도 합격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 기사 문구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지레 지원을 포기할까봐 걱정됩니다."

입시 기사를 쓰다 보면 이따금 학교 관계자에게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전해 듣곤 합니다. 분명히 취재와 학교 측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바탕해 기사를 썼는데 말이죠. 기자가 "해당 내용이 팩트(사실)가 아니란 말이냐"라고 물으면 "팩트지만 기사에 명시적으로 표현된 게 아쉽다"고 대답합니다.

무슨 얘기일까요. 이렇듯 '항의 아닌 항의'를 받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해당 학교 입장에선 '명품'보다 '흥행'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성적 기준 상위 1% 이내 수험생들이 합격하는 게 대부분이라 해도, 그보다 떨어지는 수준의 수험생에게도 합격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최근 입시전형은 성적뿐 아니라 인성 봉사 잠재력 발전가능성 전공적합성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하므로, 성적이 다소 떨어져도 "여전히 입학의 문은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학교 입장에선 합격자 수준이 낮게 인식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높게 나오는 것도 문제"라며 "입시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면 수험생들의 그 대학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하는 학교들은 이미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 명문교로 각인된 곳입니다. 인지도나 브랜드보다는 수험생들의 주목도와 지원 풀(pool)에 신경 쓰는 게 공통점입니다.

몇년 전 연세대는 성적을 보지 않고 면접만으로 수험생을 평가하는 입학전형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학교 측이 밝힌 취지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었고, 선발 인원도 그리 많지 않았지만 '입시 흥행을 노린 전형료 장삿속'이란 비판을 받았죠.

입시 흥행은 학교의 전형료 수입과 직결됩니다. 정부는 비판 여론을 감안해 '학교입학수험료징수규정 전부개정안'을 마련, 올해부터는 남는 대입 전형료 수입을 응시생에게 전액 반환토록 했습니다. 하지만 대입 전형료 인하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네요. 어쩌면 대학들이 "입학전형을 운용하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전형료를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꼭 대학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초·중·고교 등 각급 학교의 경우 대학만큼 전형료가 비싸지는 않지만 입시 과정에서 평판도·주목도 같은 무형의 이득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수험생과 학부모 눈높이에서 보면 확실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느정도 성적이어야 합격할 수 있을지 가능한 정확히 수요자에게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성적이 낮아도 다른 능력을 인정받아 합격할 수 있는' 소수의 케이스는 괄호 속에 별도 표기하면 될 일입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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