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전셋값…두 달만에 1억 올라

입력 2013-08-04 17:19
수정 2013-08-04 23:26
'거래절벽' 에 전세 수요만 폭증 … '정책 불확실성' 이 시장 왜곡
전문가들 "매매 활성화 조치 없으면 가을전세 대란 불가피" <서울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 84㎡>



서울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7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 5월만 해도 최고 6억5000만~7억원에 거래된 단지다. 2개월 만에 1억원 가까이 전셋값이 치솟은 셈이다.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있는 래미안슈르 전용 84㎡도 올 1월 3억9000만원에서 지난달에는 4억3500만원으로 전셋값이 4500만원 뛰었다.

○전세가 ‘천정부지’…매매가 상승률 3배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정부가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취득세 감면 조치가 끝난 지난 6월 말 이후 매매 시장이 급랭하면서 수요자들의 발길이 전세로만 향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취득세 영구 인하 조치 등이 확정되지 않고 전세 수요만 급증하면 가을철 ‘전세대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3.63% 올랐다. 서울은 3.65%, 수도권은 3.91%, 지방이 2.74% 상승했다.

주간 단위로도 전셋값은 급등 추세다. 서울 미아동 경남아너스빌·벽산라이브파크 등은 최근 한 주 동안 500만~2000만원가량 치솟았고, 구로동 신도림자이와 온수동 힐스테이트 등도 500만~1000만원 정도 뛰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의 주택 전세가격(지수)은 2008년 말보다 30.98% 뛰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10.21%)의 3배에 이른다. 부동산업계는 현재 전국의 주택 전세가격을 모두 합한 시가총액이 약 1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약 2200조원 규모인 주택 매매가격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어선 셈이다.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는 것은 물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만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부동산 정책의 불확실성이 주택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와 분양가상한제 탄력운용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면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전세 수요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장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나아지지 않아 집값 상승 기대가 사라져 사람들이 선뜻 집을 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매매 활성화 대책 시급”

전셋값 급등은 매매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전세 대출 요건 완화 등으로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도 전세로 눌러앉는 현상이 강화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세를 잡으려면 근본적으로 구매 수요를 늘리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취득세 영구 감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며 “시장이 바라는 이런 조치들이 입법화되지 않으면 전세 수요만 늘어 가을철 전세대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은 각 혜택이 신규 분양에만 집중돼 있는데 기존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한 방안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등 일부에서 주장하는 ‘전세가 상한제’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상한제를 뒀다가는 거래 시장을 교란시켜 수요만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면밀히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안정락/이현일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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