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300만명 돌파…가족 관객의 힘

입력 2013-08-04 16:53
수정 2013-08-05 01:52
"빈부와 상하 계급이 투쟁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워"
"봉준호 감독이 이 영화로 할리우드와의 게임에서 이겨"



봉준호 감독의 SF영화 ‘설국열차’가 개봉 5일 만에 3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투자배급사인 CJ E&M은 4일 오후 ‘설국열차’가 누적관객수 3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5일 만에 3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괴물’과 비슷한 역대 한국 영화 최단기간 흥행기록이다.

이 같은 폭발적인 흥행세는 이 영화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한국 자본으로 처음 할리우드 스타를 대거 기용해 만든 이 영화가 과연 세계시장에 통할 수 있을지 직접 보고싶어 했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 등으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봉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450억원을 투입해 크리스 에번스, 에드 해리스, 틸다 스윈턴 등 할리우드 스타들을 주연으로 기용했다. 미래에 닥친 빙하기에 살아남은 인류가 탑승한 열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주말 예매율을 분석한 결과, 남성 45%, 여성 55%로 여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 21%, 30대 35%, 40대 이상 42%로 가족 관객 비중이 높았다. 김형호 맥스무비 실장은 “10대 자녀를 동반한 40대 이상 부모들이 주말 극장가에 몰렸다”며 “30대 관객이 중심이던 봉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관객층이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온 가족이 암울한 미래상을 다룬 이 영화를 함께 관람한 뒤 토론을 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종교적 관점에서 보든, 사회와 계급의 관점에서 보든 흥미로운 이야기다. 빈부와 상하의 계급으로 나뉘고 생활 자체가 다른 앞칸과 꼬리칸 인간들의 공존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특히 어두운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 간의 긴장감은 폭발할 지경” “열차 칸이 계급의 순서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에 맞춰 배치됐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덥기만한 요즘, 설국열차와 빙하기를 배경으로 한 인류 미래 이야기에 빠져드는 피서를 경험했다” “계급투쟁과 기존질서를 비판하는 스토리는 우리 사회가 과연 공정한가를 되묻고 있다.”

해외 언론들도 호평했다. 미국 영화전문 버라이어티지는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화려함, 미래에 대한 훌륭한 묘사력, 세심하게 그려진 캐릭터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의 지적 수준을 존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보도했다. 트위치필름은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와의 게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겼다”고 썼다. 미국 최대 영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IMDB는 블록버스터 중심으로 메인 화면을 장식하는데 ‘설국열차’가 개봉한 뒤 3일 연속 한국어 포스터와 함께 예고편을 링크시켜 세계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롱런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인터넷에는 반론도 만만찮다. “소재가 너무 어둡고 낯설어서 대중영화라기보다는 예술영화에 가까워졌다.” “‘괴물’보다 작품성과 상업성이 떨어진다.” “자막이 들어가서 흥행성이 떨어질 것이다. 빠른 속도로 글자를 읽지 못하는 분들은 이런 자막 있는 영화를 피할 수밖에 없다.” “대자본이 들어간 영화라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간접광고(PPL)를 고려했어야 옳다. 극 중 기차를 최근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KTX-산천으로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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