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 공정해야 사회적 후생 커져"…공정거래법 이론적 근거

입력 2013-08-02 17:49
수정 2013-08-02 21:51
민경국 교수와 함께하는 경제사상사 여행 (47) '후생경제학 창시자' 아더 세실 피구

행복의 총합인 사회적 후생…극대화시키는 게 정부 역할
시장경제는 자원 남용 야기…조세부과·보조금 지급으로 사회적 비용 줄여야



자본주의가 번창하던 19세기, 영국은 기업을 통해 창출된 국부로 번영을 구가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 상품 판매시장을 확보하고 프랑스의 위력을 억제할 수 있었던 것도 자유주의에 따른 번영의 힘 덕택이라고 믿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에는 노사문제, 빈곤과 불평등, 공장의 환경위협과 자원고갈 등 공동체의 지속적 번영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처음으로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체계적으로 밝혀낸 인물이 영국 출신의 경제학자 아더 세실 피구(Arthur C. Pigou)이다.

아버지는 프랑스 장교 출신이고 어머니는 아일랜드 출신인 가정에서 태어난 피구의 어릴 적 꿈은 시인이었다. 그러나 19세기 말 이래 다양한 사회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던 영국 경제는 그를 시(詩)의 세계로부터 끌어내 경제학에 입문시켰다.

피구는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 앨프레드 마셜이 경제학 분야에서 최고의 명예로 여겼던 자신의 교수직 후계자로 지명할 정도로 학자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피구가 평생 연구한 주제는 ‘어떻게 사회적 후생을 증진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사회적 후생은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을 합한 것인데 이 합을 가능한 한 크게 만드는 게 국가의 과제라고 한다.

피구는 국민소득이 높고 소득분배가 공정하고 또 소득이 안정적일수록 사회적 후생이 증가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현실의 시장경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하고 불안정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시장경제는 후생증진에 실패한다는 얘기다.

시장경제는 정부 개입 없이도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자생적으로 보편적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흘러간 옛 노래라고 피구는 목소리를 높였다. 자원배분 소득분배 경제안정 등과 관련된 정책을 통해 정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하지 않고서는 사회후생을 증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구는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이유가 시장경제의 독과점 때문이라고 보고 이런 경제력 집중을 규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석탄 철도 등과 같은 독점산업은 국유화를 통해 국가가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기적 인간들의 행위로 작용하는 자본주의는 숲 석탄 석유 등 천연자원을 절약하는 게 아니라 남용을 촉진하기에 인류는 자원위기에 봉착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가 손 놓고 있으라는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피구는 호통을 친다.

기업들의 오염방출도 후생 감소를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게 피구의 주장이다. 시장경제는 오염의 주범이라는 그의 반시장적 목소리는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오염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해 국가는 조세를 부과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또 시장경제는 불평등을 야기하기에 사회적 후생 증진을 위해서는 재분배정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세 부과에 따른 부자들의 복지 상실보다 재분배 수혜자의 복지증진이 더 크기 때문에 전체 후생은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사회후생은 경제안정의 함수임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는 경기변동으로 소득 불안정을 야기하기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경기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투자 등 단기적인 정책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그런 재정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걸 피구는 잘 알고 있었다. 적자 예산을 통한 경기정책은 필연적으로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져 민간투자를 밀어낸다는 것이다.

피구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먼저 독점산업 국유화 주장은 자유경쟁이 질 나쁜 상품을 비싸게 파는 독점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 국가 독점이 사적 독점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엄격한 독과점 규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정신을 파괴한다는 건 오늘날 건전한 경제학의 확립된 인식이다.

피구의 자원위기론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의 주장은 주기적으로 등장한 종말론처럼 들린다. 16세기 영국에서 목재 소비량이 너무 많아 조만간 나무가 사라질 것이라는 목재위기론, 19세기 중반 조명용 연료로 고래 기름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등장한 고래기름위기론, 석유개발 초기부터 나온 석유자원위기론 등의 위기론은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위기예측은 매번 빗나갔다. 시장원리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선 자원이 희소해지면 가격이 오르고 따라서 자원을 절약하거나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기업가정신이 활성화된다. 시장은 자생적으로 희소성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에서 정부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는 걸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가 오염의 주범이라는 피구의 인식도 사회주의였던 옛 동독의 환경이 자본주의 서독에 비해 훨씬 더 열악했다는 사실에서 허구임이 드러났다.

그는 환경오염 문제가 환경에 주인이 없기에 생겨나는 비극이기에 주인 찾아주기가 해법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피구는 여러 비판의 여지를 남겼지만 시장실패가 일어날 수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이론적으로 파헤치고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후생경제학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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