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세청 비리, 세무 공무원 탓만은 아니다

입력 2013-08-02 16:55
수정 2013-08-02 21:23
국세청이 유구무언이다. 전임 청장과 차장이 구속되고, 현 서울청장은 자진 사퇴했다. 역대 국세청장 18명 중 절반인 9명이 구속되는 기록을 세웠다. ‘비리청’이라는 세간의 비난에 달리 변명할 낯이 없다. 비자금, 뇌물로 수사받는 CJ그룹보다도 더 위상이 추락했다고 스스로 한탄할 정도다. 온갖 자정 결의에도 도무지 달라진 게 없으니 납세자들은 허탈할 따름이다.

세무공무원이라 해서 특별히 부패 DNA를 가졌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수시로 세정 비리가 터지는 것을 보면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원인은 빗나간 조세정책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가장 효율적인 세정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어야 할 텐데 현실은 좁은 세원, 높은 세율이다. 세법은 모호하고 복잡하며, 직접세(법인세, 소득세 등) 비중과 세율이 높아 탈세유인이 있고, 자영업 소득파악률은 턱없이 낮다. 이런 환경에서 세무공무원의 재량권이 클수록 비리 개연성은 높아지고 민원인에게 포위될 수밖에 없다. 수시로 힘있는 자들의 청탁과 민원이 날아오니 버티기도 쉽지 않다. 개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결국 국세청이 민원으로부터 해방되지 않고선 절대 근절될 수 없는 게 세정 비리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간접세를 통한 보편적 과세 확대로 재량권과 민원을 동시에 줄이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마땅하다. OECD가 한국의 세제효율화를 위해선 간접세 비중을 높이고 근로소득세율은 낮게 유지해야 고용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권고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간접세에 해당하는 소비과세 비중은 43.1%로 OECD 평균(47.7%)에 못 미친다.

지하경제 양성화란 명분 아래 노력세수(세무조사)와 특정 계층을 겨냥한 직접세 증세를 강화할수록 지하경제는 되레 번창하게 마련이다. 세무공무원을 민원과 청탁으로부터 해방시켜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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