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수사 확대 … 송광조 서울국세청장 사의
"청탁성 없었고 대부분 판공비로 써" 해명
검찰이 CJ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현직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까지 1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그룹 측으로부터 30만달러와 고가의 명품시계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도 소환 조사해 일부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 전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어서 전·현직 국세청 수뇌부 전반을 대상으로 고강도 수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송광조 서울청장 사의 표명
송 청장은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골프 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7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특별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서울 수송동 청사로 출근해왔으나 의혹이 커지자 이날 외부 접촉을 차단한 채 거취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CJ 로비 의혹 수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이 발견돼 해당 기관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며 “다만 형사처벌할 정도의 범죄 혐의는 확인하기 어려워 따로 처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송 청장을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그가 CJ그룹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편의를 봐줬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송 청장은 2006년 CJ그룹이 세무조사를 받을 당시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을 맡았다. 세무조사를 총괄하는 직책인 만큼 세무 조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게 국세청 안팎의 평가다. 국세청은 당시 이재현 CJ 회장이 주식 거래 과정에서 3560억원대 세금을 탈루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한 푼도 추징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군표 전 청장 구속영장 청구방침
검찰은 이날 전 전 국세청장도 소환 조사했다. 그는 오전 9시40분께 정장 차림으로 왼손에 깁스를 한 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뇌물 수수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자세히 답변하겠다”고 답한 뒤 서둘러 조사실로 향했다. 전 전 청장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미리 준비한 자수서를 통해 “CJ그룹으로부터 20만달러만을 받았으나 청탁성이 없었고 대부분 판공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가의 명품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일반 여성 시계를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CJ 측에서 30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과는 엇갈리는 진술이어서 검찰은 대질 신문을 통해 ‘검은 돈’의 최종 도착지가 어느 곳인지 가릴 것으로 보인다. 허 전 차장이 앞서 검찰 조사에서 “30만달러 전액을 전 전 청장에게 건네줬다”고 주장한 만큼 10만달러에 대해서는 ‘배달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앞서 전 전 청장에 대해 한 차례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바 있어 이날 소환 조사를 거친 후 이르면 주말께 전 전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2008년 이재현 회장의 수천억원대 차명 재산을 조성한 사실이 발견됐을 당시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해달라는 검찰 측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를 따로 고발하지 않았다. 당시 청장이었던 한상률 전 청장과 조사국장 자리에 있던 이현동 전 청장 등 전·현직 국세청 수뇌부 전반도 조만간 검찰 수사 물망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전 전 청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현직 국세청장이었던 2007년 11월에 인사 청탁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조사받은 뒤 구속기소돼 법정에서 징역 3년6월 실형을 받아 수감되기도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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