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의 환상이 만들어낸 성장 뮤지컬

입력 2013-07-31 18:07
수정 2013-08-01 01:17
한·일 합작 '뮤직박스' … 장난감 캐릭터 앙상블 우수


동화책에 나옴 직한 소박한 그림들이 막 위에서 움직인다. 엄마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쥐여 주고는 이불 속에서 나오지 말라고 한다. 술에 취한 채 귀가한 아빠는 엄마를 때린다. 엄마는 아이에게 평생 돌봐줄 것을 약속하지만 그만 몹쓸 병에 걸린다. 엄마는 죽기 전 항상 아이에게 불러주던 자장가를 녹음한 뮤직 박스를 남긴다.

서울 대학로문화공간 필링1관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뮤직박스’(사진)는 시작부터 독특하다. 짤막하지만 관객의 정서에 강력하게 호소하는 애니메이션이 먼저 흐른다. 장난감 디자이너인 주인공 민석이 어릴 적 겪은 정신적 외상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수법이다. 민석은 뮤직박스 음악을 듣지 않으면 잠들지 못한다. 정신적인 성장이 멈춘 은둔형 외톨이다. 지하 방에서 장난감을 만들면서 스스로 창조한 환상의 세계에 갇혀 살아간다.

이 세계에는 폐소공포증을 호소하는 요정 지니, 중앙처리장치(CPU)를 머리에 꽂은 허수아비, 입술에 은을 칠한 백설공주, 11시59분에 멈춘 시계를 찬 신데렐라, 거짓말을 못하는 피노키오 등 민석이 만들어낸 장난감 캐릭터들이 함께한다.

이들이 펼치는 익살과 퍼포먼스로 판타지의 재미를 톡톡히 주던 무대는 엄마와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아이돌 가수 하나가 등장하고 민석의 뮤직박스가 깨지면서 납치극으로 변모한다. 피랍자(하나)는 납치자(민석)에 점차 동화되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공연 중반까지 스토리와 음악, 춤이 탄탄하게 전개된 덕분에 평가점수가 올라가지만 후반에는 감점 요인이 많다.

판타지와 납치극이 뒤섞이면서 무리한 설정이 잇따른다. 이야기의 허점을 만회하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과 음악이다. 주인공 민석을 연기한 김수용은 놀라운 몰입과 명연으로 자칫 수렁으로 빠질 수 있는 극을 구해낸다. 장난감 캐릭터들의 앙상블도 수준급이다.

공연에 흐르는 노래의 원곡은 일본 국민 밴드인 ‘서던 올스타즈’의 히트곡들이다. 이 곡들의 선율에 작품을 만든 성재준 연출가가 가사를 붙이고 하광석 작곡가가 편곡해 빛나는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시켰다. 이 곡들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일본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인 아뮤즈는 이 작품의 공동 투자사다.

3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첫선을 보인 이 뮤지컬은 독특하고 참신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짜임새를 보강하고, ‘녹음 반주’(MR)가 아닌 라이브 밴드 연주로 공연의 본질인 현장성을 살려 완성도를 더 높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은 오는 9월1일까지, 4만5000~6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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