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LED 산업 육성을 위한 조건
LED 중기적합업종 지정…대기업 빠지자 외국계가 '꿀꺽'
반도체 기술 필요한 LED산업…삼성·LG가 노하우 보유
대기업 '기술'·中企 '특화 아이템' 집중 … 상호 보완 필요
지난 7월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중국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1위 업체인 킹선(KINGSUN)이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윌리엄 리 회장은 “한국에서 연간 1500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킹선은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해 공공조달 시장에도 뛰어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사는 중국 실외조명 시장에서 점유율 23%를 차지하는 회사로, 400명 이상의 연구인력이 있다.
한국은 LED 산업 선진국이다. LED TV에 들어가는 백라이트유닛을 앞세워 LED 광원(소자)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2위, LG이노텍은 5위다.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휩쓸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LED 조명 산업에선 얘기가 다르다. 국내 LED 조명 시장은 필립스 오스람 GE 등 외국 기업이 과점한다. 정부가 LED 조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막고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은 내수 기반 없이 해외에서 필립스 등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LED를 제2의 메모리 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개하는 LED 글로벌 시장
LED 조명 산업은 만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일본 미국 등이 작년부터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잇따라 백열등 사용을 금지해서다. 맥킨지컨설팅에 따르면 LED 조명 산업은 지난해 117억달러에서 2016년 481억달러, 2020년에는 832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달러 박스’인 D램 등 메모리 산업 규모가 작년 611억달러에서 2016년 798억달러(시장조사업체 가트너)로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2016년 이후 메모리 산업보다 LED 조명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LED의 등장으로 조명 산업은 ‘판’이 바뀌고 있다. 업계에선 “그동안 세계 조명시장을 주름잡아 온 필립스 등을 제칠 기회”라고 말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TV시장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뀔 때 판을 뒤집어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를 누르고 세계 1, 2위를 쟁취한 경험이 있다.
한국 대기업들의 잠재력은 크다. LED TV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곳도 삼성전자다. 국내 LED산업은 선진국에 한 발 뒤처졌으나 TV용 백라이트유닛(BLU)을 바탕으로 급성장해 이제 세계 2위권의 LED 생산국이 됐다. 게다가 LED 광원 제조 공정은 메모리 반도체와 흡사하다. 메모리 생산에 많은 노하우가 있는 한국 기업들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또 삼성전자 LG이노텍 등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춰놓았다. 정부가 지원할 경우 제2의 메모리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재혁 한국조명연구원 연구위원은 “LED는 기본적으로 반도체로, 생산라인을 만드는 데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며 “필립스 등 해외 업체도 광원 업체를 인수해 일관 생산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필립스 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삼성 LG”라고 말했다. LED 조명은 향후 각종 스마트기기나 생활가전 등과 통합돼 스마트조명, 스마트홈 기술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기기, 가전 등을 함께 생산하는 삼성 LG 등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지원 대신 규제만… 손발 묶인 대기업
정부는 대기업을 지원하기보다 ‘중기 적합업종’으로 손발을 묶어놓은 상태다.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라이텍 등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 내 기업은 공공조달시장 참여가 불가능하며 민간시장에서도 벌브형 LED전구 등 3개 품목만 팔 수 있다. 또 서울반도체 등 중견기업은 민간시장은 제한이 없지만 공공조달시장은 판매가 막혔다.
윤의준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2011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가 LED 조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때 학계도 많은 반대의견을 냈다”며 “워낙 정치적으로 이뤄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필립스 같은 글로벌 대기업을 이길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정부나 동반성장위원회가 산업 전체를 키우는 입장에서 중기 적합업종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해외로 나가라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외국 바이어가 와도 국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레퍼런스 사이트(설치해놓은 곳)’가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내수 기반이나 국내 매출 실적 없이 해외에서 필립스 오스람 등과 경쟁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국내 중소기업의 설 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국내 LED 시장은 대기업이 빠지자 필립스 오스람 등 외국 업체의 각축장이 됐다. 중국 1위 킹선까지 진출을 선언했다. 노재혁 연구위원은 “현재 조명 업체 중 80%가 5인 미만인데, 그런 업체를 보호해 우리 시장을 지켜나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LED의 국내 보급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이준희 한맥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소기업은 중국산 LED 광원을 많이 써 발열 등 품질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데다 AS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시장이 확대되는 게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소기업 협업하도록 해야
대기업이 빠지며 국내 LED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난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대기업, 중소기업이 각각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대기업이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방열기술, 빛조절 기술 등은 중소기업이 개발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통합솔루션 등을 구축하는 것도 대기업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허용해야 LED 조명 솔루션을 놓고 연관산업이 발달하고, 중소 협력사가 같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품질, 디자인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대기업의 참여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소기업은 특화 아이템을 중심으로 집중하는 등 상호보완적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윤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LED 조명 기업 기술이 해외 기업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지만 선두권으로 나설 수 있는 완제품 업체가 없어 아쉽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으로 대기업을 규제하기보다 규모를 키우고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윤정현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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