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LED가 답이다] 조명시장의 '비극'

입력 2013-07-31 17:07
수정 2013-07-31 23:16
형광등 ' 중기 업종' 보호했더니…
'기술 경쟁력' 외국계에 뒤져 몰락


형광등을 사러 대형마트 조명코너에 가면 필립스와 오스람,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다국적 기업 제품이 전시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외국 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60~70%에 달한다. 금호전기(번개표) 남영전구(이글라이트) 등 국내 제품들은 구석에 밀려나 있다.

국내 조명시장이 외국 기업들의 독무대가 된 것은 정부의 과도한 보호 때문이란 분석이다. 조명업종은 1970년대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지정됐다. 대기업은 진출이 제한됐고, 수천여개 중소기업이 난립했다. 근로자가 다섯 명도 안 되는 영세업체 비중이 약 80%에 달했다. 그러던 중 1989년 8월 백열등부터 하나둘씩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풀리기 시작했다. 당시 ‘T12’라는 두께 40㎜짜리 형광등이 주류이던 국내시장에 필립스 등은 얇고 밝은 26㎜짜리 ‘T8’을 내놓았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우리 중소기업은 그들을 따라잡을 자금도 기술력도 없었다. 노재혁 한국조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조명산업에 대한 정부 보호가 풀리자 다국적기업과 저가를 앞세워 들어온 중국업체로 인해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안 됐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 1등이던 ‘번개표’ 형광등의 금호전기도 급속히 어려워졌다. 1980년대까지 70~80%대에 달하던 국내 점유율이 20%대로 추락하면서 외환위기 때 파산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맞았다. 이 회사가 되살아난 것은 형광등을 사실상 포기하고 주력 제품을 액정표시장치(LCD)용 백라이트유닛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조명이나 무대조명, 수술조명 등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에는 아직도 국내 기업이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극’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에서도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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