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못받은 출연료 방송사가 줘야…김종학PD 죽음 부른 외주 드라마 제작관행에 메스

입력 2013-07-30 17:02
수정 2013-07-31 00:00
문체부'표준계약서'제정안

방송후 15일내 출연료 지급…방송사 사정으로 불방땐 완성분 제작비 지급해야
대본은 촬영 2일전 제공



방송 연기자가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앞으로 방송사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 외주제작사가 프로그램을 납품한 뒤 방송사의 사정으로 방송하지 않은 경우에도 방송사는 완성분에 대한 제작비를 지급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프로그램 제작(구매)표준계약서’와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 표준계약서’ 제정안을 발표했다. 방송사와 제작사, 연기자 등의 ‘갑을’ 관계에서 ‘을’인 제작사와 연기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한 조치다. 오는 8월1일 고시하면서 곧바로 시행된다.

이번 표준계약서는 대중문화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콘텐츠산업진흥법 25조’에 근거해 제정한 것이다. 두 표준계약서는 방송사와 대중문화예술인들이 2년여간 주요 쟁점을 논의한 끝에 최종합의안으로 마련됐다. 위반 시 처벌조항은 없지만 분쟁 발생 시 법원과 공정위가 판단 근거로 삼을 전망이어서 사실상 강제력을 갖게 된다.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저작재산권은 방송사와 제작사의 기여도에 따라 상호 인정하되,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원화할 수 있게 된다. 권리별 이용 기간과 수익 배분, 제작비 세부 내역 등도 명시해야 한다.

프로그램 납품 후 방송사의 사정으로 방송하지 않은 경우, 방송사가 완성분에 대한 제작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아울러 방송사와 제작사 간 계약 내용을 위반하거나 계약 해지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발생할 경우 이미 제작된 횟수의 제작비를 포함해 상대방에게 발생한 실제 손실을 배상토록 했다.

출연료 미지급을 예방하기 위한 방편으로는 제작사가 방송사에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거나, 제작사가 출연료 미지급 상황을 초래할 경우, 지급이 이뤄질 때까지 방송사가 제작사에 대해 제작비 지급을 잠정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연기자에 대한 출연료는 방송한 다음달 15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하고, 미지급 발생 시에는 방송사가 직접 대중문화예술인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미지급 발생 시에는 방송사가 책임질 것을 명시한 셈이다.

일명 ‘쪽대본’(시간에 쫓긴 작가가 급하게 보낸, 바로 찍을 장면의 대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본은 촬영일 2일 전까지 제공하도록 하고 1일 최대 촬영시간을 18시간 이내로 제한했다. 다만 촬영 2일 전 대본 제공 의무는 ‘작가 집필 표준계약서’ 시행 이후부터 적용토록 했다. 이는 촬영 당일 대본이 나와 연기자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쪽대본’이란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연기자들에게 완성 대본이 아니라 당일 촬영분을 적은 대본만 주는 것을 일컫는다.

출연 계약 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는 계약서에 정한 출연 횟수의 100%에 해당하는 출연료의 10% 이상을 지급하도록 했다. 또한 촬영 중 사고를 당하는 경우에 대비해 상당한 가액의 상해보험 가입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진룡 문체부 장관은 이날 열린 표준계약서 제정 간담회에서 방송사와 제작사, 방송연기자노조 등 관련 주체 관계자들에게 “대중문화예술과 방송영상 분야의 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표준계약서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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