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정기편 제한 움직임에 항공업계 '비상'…자국 LCC 육성 포석?

입력 2013-07-29 14:39
중국 당국, 자국 부정기편 제한 조치…국내 확대될 경우 항공업계 타격 '불가피'



#1 지난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오후 9시20분 중국 하이난으로 출발하려던 제주항공 소속 항공기의 운항이 전격 취소됐다. 중국 당국이 출발을 불과 4시간 앞두고 뚜렷한 이유 없이 운항 허가를 내주지 못하겠다고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해당 항공편에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통해 하이난섬 여행 상품을 예약한 185명이 탑승할 예정이었다. 여름 휴가를 즐기려던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다음날 오후에야 중국 당국의 운항 허가가 떨어졌고, 만 24시간이 지난 26일 오후 9시20분 비행기부터 운항을 재개할 수 있었다.

중국 항공당국이 자국 항공사에 한국-중국 부정기편 운항을 제한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항공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앞선 제주항공 예처럼 한국 항공사에 전면 운항 제한조치를 취하기 전에 자국 항공사에 우선적으로 이를 적용해 명분을 쌓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이달 중순 자국 국적 항공사들에 한-중 부정기편 운항 횟수와 기간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중국 당국은 공문을 통해 정기편을 운영하는 노선에 부정기편 추가 운영을 불허하고, 한 노선에서 부정기편 운영기간을 1년 중 4개월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운항 제한 조치가 국내 항공사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지난 25일 중국 하이난섬으로 가려던 제주항공의 부정기편 운항이 당일 갑작스레 취소된 것도 중국 항공당국의 이 같은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조치가 최근 중국의 자국 LCC 육성 방침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민항총국(CAAC)이 올 하반기부터 자국 LCC를 육성하기 위해 지원책 마련에 들어갔다"며 "자국 항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항공사들을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국적 항공사들이 LCC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점도 국내 항공사들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항공컨설팅 전문업체 CAPA(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에 따르면 중국 HNA그룹 계열의 홍콩익스프레스항공과 차이나웨스트에어는 최근 항공권 가격을 기존 가격보다 30% 낮게 책정하고 LCC 시장에 뛰어들 계획을 밝혔다.

중국 당국이 운항 제한 조치를 국내 항공사들에 적용하고 자국 LCC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타격이 불가피 할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국제 노선에서 중국 부정기편의 의존도가 높은 국내 LCC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가 들어갈 수 있는 중·단거리 노선은 현재 포화상태"라면서 "그나마 성장성이 높은 중국 부정기편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는데 운항 제한 조치가 내려지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운항 제한 조치가 현실화되면 기존 노선의 정기편을 늘리거나 신규 노선을 취항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신규 노선이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기존 노선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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