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PEF 운용사 선정, PT가 당락 갈랐다
박병무(보고펀드) 대표 "실패에서 교훈 얻었다",열세 만회
이 기사는 07월26일(08:5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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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김병주, 기사회생한 변양호, 다크호스 김수민’…올해 국민연금 자금 4500억원을 굴릴 사모펀드(PEF) 운용사 선정 결과의 골자다.
◆PT로 역전에 성공한 보고펀드
25일 국민연금은 PEF 분야 운용사 3곳으로 일본계인 유니슨캐피탈을 비롯해 보고펀드, MBK파트너스를 선정했다. 외부 인사 4명, 기금운용본부 인사 3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정량, 정성적 평가를 내렸고 유니슨이 6개 후보 가운데 종합 점수 1위를 차지했다.
유니슨은 일본의 독립계 PEF 운용사로 올 초 한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법인 대표로는 베인앤컴퍼니 출신인 김수민씨가 선임됐다. 유니슨은 일본 본사와 국내 법인이 공동 GP를 구성하기로 한 터라 일본 본사의 ‘트랙 레코드’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니슨은 일본 본사가 펀드를 청산한 경험이 있는데 비해 MBK와 보고는 청산한 펀드가 없기 때문에 정량 평가에서 유니슨이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2위는 보고펀드가 차지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대표로 있는 보고펀드는 지난 5월 행정공제회의 PEF 운용사 모집 당시 떨어진 경험이 있는 데다 동양생명, LG실트론, 아이리버 등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 목록에 여럿 포함돼 있어 국민연금 운용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낮았다.
비결은 박병무 공동 대표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이라는 게 중론이다. 1980년 서울대 전체수석에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최연소 합격, 하버드 로스쿨 졸업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박 대표는 이날 보고펀드의 단점을 집중 공략한 민간 위원들의 질문에 솔직한 답변으로 후한 점수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LG실트론, 아이리버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변명 대신 “많은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 등엔 투자하지 않겠다”고 진솔하게 답했다고 한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3위에 올라 가까스로 문턱을 넘었다. 김광일 부사장이 PT를 진행했다. MBK에 대해선 워낙 인지도가 높은 덕분인 지 민간 위원들의 질문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등 해외 출자자(LP)들 자금을 주로 굴려왔던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은 5월 행정공제회에 이어 국민연금 운용사로도 선정돼 양쪽에 날개를 달개 됐다.
◆바이아웃 전문 운용사 전성 시대
전문가들은 이번 PEF 운용사 선정으로 국민연금의 선호도가 ‘바이아웃’ 전문 운용사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탈락한 것은 이변이란 평가다. 창투사에서 PEF 운용사로 변신한 스틱은 성장 단계에 있는 중소기업에 투자하거나 경영권 인수가 아닌 주요 지분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에 능한 곳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부터 PEF의 옵션부 투자 요건을 강화, 경영권 인수를 유도하도록 규정을 바꾼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니슨캐피탈이 1위로 선정된 것도 PEF 업계에선 논란거리다. 유니슨 해외 본사의 실적이 정량 평가에 반영돼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탈락자들의 항변이다. 국민연금으로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네트워크가 풍부한 운용사를 선정한 것이지만 SBI(팬아시아펀드), 유니슨 등 외국계 운용사가 잇따라 선정되면서 국내 PEF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4개사를 선정한 그로쓰캐피탈 분야에선 각 운용사들 간 점수 차가 거의 없었다. 1위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스카이레이크가 차지했다. 진 장관은 국내 출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기 위해 PT에 직접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위원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장과 장관직을 역임한 배경에 비해 구수하게 설명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동양증권 출신으로 중국통인 김진하 대표가 중국 관련 투자에 대해 설득력있게 설명하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밖에 KB인베스트먼트는 중동의 국부펀드인 걸프투자공사(GIC)와 손잡고 이미 정책금융공사로부터 2억달러를 받기로 해 이번 선발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아쉽게 탈락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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