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기업들 2분기 마이너스 성장] 전자 빼면 영업익 '반토막'…삼성, 웃지 못한 이유 있었네

입력 2013-07-28 16:47
수정 2013-07-29 03:03
車 선전에도 현대차그룹주 영업익 3천억↓
SK텔레콤·LG전자, 이익 부진 걱정거리
포스코·두산 등은 中 불황 직격탄



‘29.11% vs -1.44%.’

지난 26일까지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 소속 27개 상장사의 2013년 2분기 영업이익(18조421억원)은 작년 2분기(13조9734억원)보다 29.11% 증가했다. 수치만 보면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정보기술(IT) 투톱이 각각 9조5306억원, 1조1136억원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IT 투톱을 뺐을 때다. 현대차 등 나머지 4대 그룹 소속 25개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7조3978억원이다. 2012년 2분기(7조5065억원)보다 1087억원(-1.44%) 줄었다.

포스코 두산 등 산업재 소재 중심 그룹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대기업들이 겉으론 ‘실적 파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녹록하지 않은 글로벌 경제환경과 대기업을 옥죄는 정치·사회 분위기 속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 영업이익 감소

4대 그룹 중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진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 기아차 등 7개 계열사의 올 2분기 영업이익 합계가 4조79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1043억원)보다 6.05%(3092억원) 줄었다. 그룹사 영업이익률도 9.91%에서 8.87%로 악화했다. 대규모 리콜 사태와 노조의 특근 거부에 따른 국내 생산 차질로 맏형 현대차와 기아차가 고전하면서 그룹사 전체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현대차는 엔저 공세 속에서도 신흥국 시장에서 선전하며 사상 최대 규모인 23조1834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영업이익(2조4064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5.2% 떨어졌다. 기아차도 영업이익이 1050억원(-8.2%) 줄었고 현대제철은 영업이익이 40.04% 급감했다. 그나마 현대모비스(2.3%) 현대위아(3.6%) 등 자동차 아우들이 힘을 썼고 현대건설(27.4%)이 힘을 보탰다.

◆전자 빼면 삼성도 이익 반토막

삼성그룹은 겉으로 보기엔 2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다. 상장 계열사 10곳의 2분기 영업이익은 10조225억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35.11% 증가했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머지 9개사의 영업이익은 4918억원으로 전년 동기(9563억원) 대비 거의 반토막(48.57%) 났다. 삼성전기(42%)는 선전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적자전환(-887억원)과 삼성정밀화학(-56.1%) 삼성SDI(-60.9%) 삼성카드(-54.52%)의 부진이 뼈아픈 결과를 초래했다. 반도체가 살아나고 있으나 갤럭시S4 등 고가 스마트폰 시장 부진은 삼성전자 미래 성장성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깜짝 실적 덕분에 한숨 돌렸다. 2011년 11월 SK하이닉스를 품에 안은 최태원 회장의 승부수가 ‘1조1136억원’이라는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으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은 28.31%로 4대그룹 계열사 중 최고 수준이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도 395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 비중이 75.48%인 정유부문에서 영업이익이 387억원을 올려 영업이익률이 0.3%에 그쳤으나 자원개발(E&P)부문에서 해외광구 매각 등으로 올린 이익 등을 합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선 정유 화학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돈 되는 것을 팔아 ‘만들어 낸’ 흑자전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30일 실적발표를 앞둔 SK텔레콤은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7.74% 증가한 547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 추정치 평균이 한 달 전보다 소폭(75억원) 감소한 것은 걱정거리다.

◆포스코·두산 실적 나빠져

LG그룹 8개 계열사는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등의 선전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8.68% 늘었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3인방 중 LG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이 53% 급증했고 LG화학(0.5%)도 체면치레를 했으나 LG전자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9% 줄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2%로 다시 주저앉은 점도 걱정거리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28% 급감한 포스코 두산 현대중공업 등 소재·산업재 중심 대기업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부진 직격탄을 맞았다. 포스코 계열에선 포스코ICT 포스코강판을 제외한 4개 간판 기업이, 두산그룹에선 두산건설을 뺀 3개 주력 기업이 영업이익 기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해외에서도 국내 소재·산업재 대기업들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포스코에 대해 “1~2개 분기 동안 부채 축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포스코는 등급 하향 조정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2분기 실적은 보통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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