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이 건설업자로부터 1억7000만원대 금품을 챙긴 ‘개인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원 전 원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25일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황보연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2009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원화 미화 등 현금 1억69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7월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객실에서 황씨로부터 홈플러스의 인천 무의도 연수원 신축 과정에 힘을 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았다. 같은 명목으로 2010년 1월 말 순금 20돈짜리 십장생과 오스트리아의 명품크리스털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의 호랑이 조각상(합계 540여만원)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인허가를 청탁받은 사실은 증거 관계로 확인됐으나 실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했을 때 적용된다. 알선수재는 공여자 처벌 조항이 없어 황씨는 처벌되지 않았다.
검찰은 황보건설이 2010년 7월 한국남부발전이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제2공구 토목공사를 수주할 때 원 전 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도 수사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까지 개입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인사 중 현 정부에서 구속된 첫 사례며 개인비리로 처벌된 역대 두 번째 정보기관장이다. 과거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이 공금 1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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