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에서 위법건축물에 부과하고 있는 이행강제금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추가적인 이행강제금 부과보다는 정확한 실태파악과 합법화 유도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지엽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26일 안산시청에서 열린 ‘이행강제금 관련 관계자 1차토론회’에서 “이행강제금 부과회수를 3회로 정해놓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감안하면 이미 안산시가 거둔 3회의 이행강제금으로도 징벌 효과는 충분하다”며 “추가적인 이행강제금은 유예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행강제금이란 위법건축물에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으로, 한번 내면 끝나는 과태료가 아니라 건물을 원상복구할 때까지 계속 매길 수 있다. 안산시는 2005년부터 위법건축물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고 건축물 당 1000만~4000만원 가량의 이행강제금을 거둬왔다. 이에 건물주들은 “현실적으로 이행강제금을 낼 수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안산시에서 문제가 되는 위법건축물은 대부분 ‘불법쪼개기’로 만들어졌다. 3~5가구로 인·허가를 받은 건물을 20가구 이상으로 쪼개 사용하는 것이다. 또 상가와 주택이 함께 들어간 점포주택형으로 허가를 받아놓고 전부 원룸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안산시에서 조사한 이같은 위법건축물은 4500건이다. 김 교수는 “이런 사례는 안산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집계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위법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내는 건물주 대다수가 당초 위법행위자가 아니라는데 있다. ‘안산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의 신연균 대표는 “건물주들은 위법건축물인 줄 모른 채 공인중개사나 건축사의 말을 믿고 산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위법이라면서도 실사용 주택으로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모순이란 얘기다.
결국 위법건축물에 대한 책임은 건물주만 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검토해야한단 지적이다. 김 교수는 “관리감독에 소홀한 공무원, 위법사실을 알리지 않은 공인중개사, 불법행위 후 매각한 개발업자, 설계·준공검사를 대행한 건축사와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가 빚어낸 일”이라고 진단했다. 또 “전국적으로 전수조사를 통해 위법건축물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형평성 있게 단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능한 위법사항은 원상복구하는 등 합법적 건축물로 변경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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