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 창조적 新금융인가…규제 없는 私금융인가
신용 낮은 서민의 급전 통로…최고 年39% 금리 물어야
대출심사 과정 없어…연체율 20%…투자자 보호안돼
결혼을 준비하던 김영배 씨(33)는 지난달 급전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출 한도가 꽉 차 추가 대출이 불가능했다. 김씨는 이때 인터넷을 이용해 단시간에 여러 사람에게서 조금씩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한 사이트를 찾아 1000만원을 빌려주면 이자(연 35%)를 합쳐 12개월간 나눠 갚겠다는 글을 올렸다. 김씨의 대출 신청에 이틀 만에 100명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 중인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 개인 대출 시장에서 신종 자금 모금 기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은 인터넷을 이용해 다수의 개인이 이자를 받을 목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정부 관리·감독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어 부실 대출과 고금리가 갈수록 판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종 대출·투자 기법으로 인기
24일 크라우드펀딩 업계에 따르면 2007년 이 서비스를 시작한 1위 업체인 ‘머니옥션’을 통해 대출을 신청한 금액은 이날까지 2119억원에 달했다. 머니옥션을 통한 대출신청액은 2010년까지 1000억원에 그쳤지만, 소셜 커머스 시장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이후 급성장하는 모습이다. 팝펀딩, 펀딩트리 등 크라우드펀딩을 취급하는 업체도 올 들어 급격히 늘어 수십여곳이 영업을 시작했다.
크라우드펀딩이 대출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은행 등 금융회사의 여신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신용도가 약한 사람들에게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용정보와 희망 대출 금액, 금리 등을 입력하면 순식간에 수십여명의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나선다. 저금리로 마땅히 돈을 굴릴 데가 없는 사람들은 높은 금리를 챙길 수 있다는 이유로 자금 공급을 늘리고 있다.
○연체율 증가로 떼일 가능성 높아져
하지만 대출신청자의 신용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데다 돈을 떼일 염려가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머니옥션을 통해 투자한 사람들의 원리금 회수율은 82%에 그쳤다. 팝펀딩의 경우 연체율(하루 이상 연체)이 현재 29%에 이른다. 20% 안팎은 투자금을 떼인다는 얘기다.
김동우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 대부분은 돈을 구하지 못해 대부업체까지 밀려난 사람이어서 손실 위험이 크다”며 “제대로 된 여신 심사 없이 높은 이자만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최고 연 39%에 달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이자제한법은 개인 간 대차 거래 시 최고이자율을 연 30%로 제한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개인이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거래이지만, 중간에 대부업체 등이 자금 전달 경로로 이용되고 있어 공식적으로는 대부업체와의 거래로 기록된다. 때문에 대부업법이 정한 최고이자율(연 39%)까지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
인터넷중개사이트를 운영하는 크라우드펀딩 업체와 자금 이동 통로 역할을 하는 대부업체 등이 리스크를 모두 투자자에게 전가한 채 수수료만 받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어 대부업법상 대출중개업으로 간주될 소지가 많은데 현행 대부업법은 차입자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규제의 회색 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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