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코치 - 삼성 스마트폰이 애플을 제친 비결은
기술 상향 평준화 시대…변화 적응하고 비용줄이려면 공급사슬관리 필수
2009년 삼성전자는 위기였다. 몰아치는 애플발 스마트폰 광풍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다. 핵심인 모바일 사업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삼성은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폰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뛰어난 연구개발(R&D) 능력 및 제조기술, 마케팅 파워 등을 빠른 속도로 결합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결국 삼성 스마트폰은 지난해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R&D 능력과 제조기술, 마케팅 파워에 플러스알파가 작용한 결과다. 그 알파는 공급사슬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가 꼽힌다. 제품력이 갖춰지자 SCM의 힘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성공은 수요에 대한 반응, 즉 속도와 민첩성에 있다고 보도했다.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SCM 범위는 더 커지고, 영향력은 더 강해지고 있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고객과의 거리를 신속히 좁히며 재고를 없애 비용을 줄이는 모든 과정이 SCM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삼성이 TV에서 소니를 제칠 때도 기술력과 품질,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면서 혁신적인 SCM을 도입한 게 주효했다. 당시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TV사업을 이끌던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도입을 주도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도 SCM 전문가다. 그가 2007년 애플에 합류한 이후 가장 먼저 한 게 공급사슬 단순화였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시사포인트1
도요타의 교훈…최적 SCM이라도 빈틈을 살펴라
성공하는 기업들엔 탁월한 SCM이 있다. 특히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제품을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균일하게 공급하는 역량은 경쟁력에 필수 요소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공히 비용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SCM을 가치창출의 새로운 수단으로 전환해 경쟁사들을 압도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SCM은 생산 중심 또는 효율성 중심이었다. 전 세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개선함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SCM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도요타는 원가절감을 위해 부품을 현지조달 방식으로 바꿨지만 거래업체의 급격한 증가로 새로운 비용을 떠안아야 했다. 한때 LG전자에 막대한 비용절감을 안겨준 SCM은 협력업체 불만과 통제접점 확대 등으로 인한 또 다른 비용을 낳기도 했다.
원가절감 방식의 전통적인 접근법을 넘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2006년 이전까지만 해도 비효율적 SCM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아이폰 출시 뒤 창의적 아이디어와 디자인, 그리고 콘텐츠를 포함하는 가치 중심의 SCM 전략을 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기준과 가치를 제공하는 최고의 SCM기업으로 거듭났다. 지금 애플은 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의해 매년 가장 효율적으로 공급사슬을 유지하는 기업으로 선정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애플의 가치중심 SCM 전략이 협력사 전체 가치보다는 애플의 가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최대 협력사 중 하나인 삼성과의 특허 다툼 및 경쟁기업들과의 무차별적인 소송은 애플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반면 삼성은 샤프와의 제휴를 비롯해 공급사슬에 있는 기업들과 제휴 및 협력을 강화하면서 특유의 스피드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단순히 비용절감을 위한 SCM 강화나 자사 가치 중심의 SCM 전략보다는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제품의 지속적인 혁신과 기업을 둘러싼 기업생태계 전반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새로운 관점의 SCM이 필요하다.
시사포인트2
Zara의 교훈…SCM의 핵심은 속도와 유연성이다
스마트폰 산업과 패션 산업의 공통점은 뭘까. 유행 주기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행 변화를 경쟁자보다 빨리 정확하게 감지하고, 이를 토대로 생산과 유통시스템을 유연하면서도 즉각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 공급사슬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스페인 패션회사인 자라(Zara)의 급격한 성장은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자라는 극단적으로 빠른 공급사슬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한다. 이 회사는 기존 의류회사처럼 내년에 어떤 옷이 유행할지를 예측하는 대신(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취향 변화와 의류에 대한 반응을 지속 수집한다.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이에 대응한 옷감을 제작하고 옷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다.
자라의 디자이너들은 끊임없이 소비자 취향과 선호를 추적해 1년에 1만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한다. 서로 다른 색상과 사이즈를 고려하면 50만개 이상의 상품(SKU·Stock Keeping Units)을 제작하는 것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많아야 4000개의 제품을 생산한다.
자라는 또 본사, 공장, 유통업체 등을 통합하는 수직적 결합을 추구해 디자인부터 생산을 거쳐 상점의 매대에 올리는 과정을 불과 4~5주 만에 해낼 수 있게 됐다. 간단한 디자인 변화나 품절된 제품을 다시 매장에 올리는 데는 불과 2주밖에 걸리지 않는다. 전통적 의류회사들이 디자인에만 길게는 6개월, 생산엔 3개월씩 걸리던 것에 비하면 매우 큰 변화다.
시사포인트3
애플의 교훈…쌍방독점 SCM은 비용을 증가시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윌리엄슨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시장거래에 수반되는 거래비용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거래 당사자의 제한적인 합리성이나 기회주의적인 태도, 거래에 수반되는 불확실성, 쌍방 독점 상황 등이 거래비용을 어떻게 증가시키는지를 살폈다.
기업이 거래비용이 있음에도 시장거래를 할 때는 신뢰 축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비용을 감소시키려고 노력한다. 물론 비용이 지나치게 크면 필요한 부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공급회사를 아예 인수하기도 한다.
애플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에 따라 공급사슬을 관리(arm’s length 방식)하고 있다. 거래 당사자 간에 말 그대로 팔길이만큼의 거리를 둔다는 것으로, 정확하게 받은 만큼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고 계약을 위반하면 파트너를 바꿔버리는 극도로 단기적인 100% 시장거래다.
반면 삼성은 일본식 긴밀한 협조에 바탕을 둔 공급사슬 관리(hand-in-glove 방식)를 택하고 있다. 협력사 재교육에 투자하고, 제품 개발과 혁신에 공동 투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공급자는 다른 조직이면서도 마치 장갑과 손처럼 긴밀하게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장기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이와 함께 애플은 아이폰용 부품이 특수해 다양한 공급처 활용(세컨드 소싱)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삼성은 필요한 부품이 애플보다 표준화된 제품에 가깝기 때문에 수많은 공급자가 존재하고 공급자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거래비용을 증가시키는 쌍방독점을 쉽게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 SCM(공급사슬관리)
Supply Chain Management. 시장 변화를 읽는 것부터 자재 조달, 제품 생산, 마케팅 및 판매에 이르는 과정을 시간 및 비용 효율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전엔 제품 생산을 위한 조달과 생산 후 물류 등에 단순히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엔 기업 고유의 SCM 전략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 회장님, 女방송인과 비밀 여행가더니…발칵
▶ 훤히 보이는 '호텔'…밤마다 낯 뜨거운 장면에
▶ 이종수, 女아나에 "왼쪽 가슴에서…" 폭탄 발언
▶ 담임교사, 女고생과 성관계 후 낙태까지…충격
▶ 내연女와 낳은 아이 데려오더니…이럴 수가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