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백악관 최고령 기자 헬렌 토머스

입력 2013-07-22 17:28
수정 2013-07-22 22:09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당신은 완벽하지 않으니 완벽한 척하지 말고 단점을 숨기려고 말아요. 지금도 담배를 피운다면 솔직히 공개하고 금연의 어려움을 대중과 공유하세요.” 존 F 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취재했던 백악관 출입 여기자 고(故) 헬렌 토머스가 2009년 집권 1년차 오바마 대통령에게 들려줬던 조언이다. 토머스는 당시 오바마의 저서 ‘담대한 희망’을 상기시키며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줬으니 이제 담대함을 보여달라. 아프가니스탄 미군 증파에 대한 펜타곤의 요구를 소신껏 물리치라”고 권했다.

기자 생활 60년 중 50년을 백악관에서 보낸 그는 브리핑룸 맨 앞줄에 앉아 공격적인 질문을 퍼붓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면서도 ‘백악관의 고정자산’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57년간 근무했던 UPI통신이 경영난으로 합병되자 사표를 던지고 칼럼니스트로 변신한 80세 이후에도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고정석에 앉았다. 기자회견은 늘 그의 첫 질문과 마지막 인사로 진행됐다.

이런 경륜 덕분에 그의 대통령 평가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는 케네디를 ‘미국인이 더 높은 곳을 보도록 만든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호평했으나 닉슨은 ‘두 갈래 길에서 항상 잘못된 길을 택하는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이라크전을 선포한 조지 W 부시는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스캔들의 대명사 클린턴은 ‘대통령이란 신화에 흠집을 낸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레바논 이민 2세인 그는 전쟁과 이스라엘을 무척 싫어했다. 2010년 백악관 뜰의 유대인 행사에서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에서 떠나라”고 말한 게 문제가 돼 결국 90세에 기자직을 그만뒀다. 가난한 야채상의 딸로 태어나 고학으로 대학을 마친 뒤 최고의 명성까지 얻었지만, 그의 사생활은 건조한 편이었다. 51세 때 라이벌 언론사 AP통신의 백악관 출입기자 더글러스 코넬과 결혼했는데 62세 때 사별하고 말았다.

지난 주말 93세로 별세한 그가 백악관 최장수 출입기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최장수는 따로 있다. 2003년 세상을 뜬 여기자 새라 매클렌든이 56년간 출입했으니 6년 뒤진다. 하지만 90세까지 현역으로 뛴 최고령자이자 회견 첫 질문자로 늘 예우받은 것은 토머스가 유일하다.

생전에 “미래의 미국 대통령들에게 할 말을 딱 한 문장으로 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정도를 가라. 달리 갈 곳이 없다”고 했던 그의 충고는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나 적용되는 경구다.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갖고 비전을 제시하면서 정도를 가는 게 국가지도자의 최고 리더십이다. 역사학자 헨리 애덤스가 “훌륭한 대통령은 선장과 같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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