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장 취임식 무산…노조, 관치 주장 계란 던져

입력 2013-07-22 17:11
수정 2013-07-23 01:50
노조, 관치 주장 계란 투척
勞 "관치행장 물러나라"…李 "노조와 계속 대화"



이건호 국민은행장 취임식이 국민은행 노조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 행장은 22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취임할 예정이었으나 노조원 50여명이 진입을 가로막아 무산됐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미리 준비한 계란과 밀가루를 이 행장에게 던지기도 했다. 이 행장이 계란 등을 직접 맞지는 않았지만 일부 내용물이 얼굴에 튀었다. 은행 노조에서 은행장 취임 저지를 위해 계란 등을 던진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이 행장은 취임식을 포기한 직후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노조와 대화를 계속해 사태를 해결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으로 취임식을 갈음하겠다”며 “23일부터는 행장으로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계에서는 “대표적 화이트칼라 노조인 금융노조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선출된 은행장의 취임식을 무산시킨 것도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달걀 등을 던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박병권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밀실 인사와 관치금융으로 국민은행장이 임명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을 것”이라며 “출근저지 투쟁 등 강력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취임식 무산에도 불구하고 23일부터 정상적인 업무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편으로는 노조와의 대화를 지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 등의 업무를 속도 있게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식 전부터 ‘아수라장’

이 행장이 취임식을 갖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날 오후 3시40분께. 본점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서 미리 차에서 내려 건물 앞으로 걸어왔다. 국민은행 노조는 오후 2시30분부터 본점 앞 로비에 집결해 농성을 벌였다. 이 행장이 청경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은행 진입을 시도했지만 노조원들은 “이건호 자진 사퇴하라” “이건호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 행장의 건물 진입을 저지했다.밀가루와 달걀 등을 던지기도 했다.

이 행장은 달걀 등을 직접 맞진 않았지만 함께 취재 중이던 일부 기자와 청경, 임직원들이 밀가루를 뒤집어 쓰기도 했다. 이 와중에 취재진과 노조원, 청경 등이 뒤엉키면서 고성이 오갔고 상황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행장은 5분가량 건물 앞에서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설득을 시도하려 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구호가 이어지자 발걸음을 돌렸다. 이 행장은 “(취임식을 갖지 못하고 노조에 의해 저지당한 것은)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며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날 아침에도 노조의 저지로 출근에 실패했다. 이 행장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도착했지만, 노조원들의 농성으로 건물에 들어서지 못했다. 노조원들은 출근 길에서도 “관치금융 논란의 중심인 이 행장은 물러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호 행장 “정상 업무하겠다”

취임식 참석을 위해 여의도 본점으로 모였던 국민은행 임직원들은 노조의 행동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행장이 의외의 인사이며, 외부 출신인 것은 맞지만 노조의 행동이 국내 자산 1위 은행의 격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국민은행의 한 지역 본부장은 “노조의 이 같은 행동은 국민은행의 이미지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이 행장은 지난 18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행장으로 선임된 만큼 법적으로도 아무 하자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취임식 무산 직후 가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행장으로서 정상적인 업무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식을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는 데다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있다”며 “본격적으로 업무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서울시내 모처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노조와의 대화는 계속 시도하기로 했다. 그는 “행장으로서 먼저 찾아가서 협조를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며 “한가족끼리 이런 모습을 보여 국민은행 고객들에게 부끄러운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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