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공권력 뒷짐에 폭력 되풀이

입력 2013-07-22 17:10
수정 2013-07-22 22:13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좋은일터연구소장 upyks@hankyung.com>


지난 4월 중순 집회시위문화 취재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만난 한 뉴욕경찰 간부는 “불법집회에 대해선 초동단계에서 강력 대응하는 게 불법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법을 어겼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다음에 그런 행위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경찰의 집회시위대응 매뉴얼에는 ‘집회시위자가 시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불법행위를 하거나 경찰의 명령에 불복종하면 언제든 액션을 취하도록 하라’는 대목이 있다.

뉴욕선 죽창 사용때 바로 체포

그래서인지 뉴욕에서의 집회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확성기 사용은 거의 없고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 안에서 질서정연하게 행해진다. 죽창 쇠파이프 화염병을 동원하는 시위는 상상할 수도 없다. 이런 집회는 테러로 간주돼 강한 처벌을 받는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화염병과 볼트 너트를 던지며 불법시위를 벌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반대 범국민운동본부가 2006년 미국 워싱턴에 건너가선 공권력 눈치를 보며 폴리스라인을 따라 얌전하게 가두시위를 벌였던 일화는 법과 원칙의 ‘효용성’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노동자들이 철탑, 크레인 등에 올라가 장기 고공농성을 벌이는 행위는 한국에서나 가능하다. 미국에선 가끔 환경운동가들이 건물이나 다리 위 등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는 경우가 있지만 경찰이 곧바로 소방차 등을 동원해 강제로 끌어내 체포한다. 농성자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부상 등 불상사가 발생해도 공권력은 책임을 거의 안 진다. 경찰이 잘못해도 경찰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경찰국 차원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그렇다 보니 경찰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되고 시민들에게 신뢰도 주게 된다. 한국에선 1년 넘게 고공농성을 벌여도 혹시 여론의 향배가 나빠지지 않을까, 진압과정에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까 등 온갖 주변상황을 걱정해 경찰들이 뒷짐을 지는 경우가 많다.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근로자 최병승 씨가 무려 280일 넘도록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공권력은 손도 못 대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법과 원칙 따라 강력대응을

엊그제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와 민주노총을 비롯 각종 좌파 시민사회단체들로 이뤄진 희망버스 시위대 2500여명이 죽봉과 쇠파이프 등을 휘두른 탓이다. 이들은 밧줄을 이용해 공장 철제 펜스 25m를 뜯어내고 이를 막는 회사 관리자·보안경비 및 경찰에게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양측 간 충돌로 회사 직원 82명과 희망버스 참가자 20여명, 경찰 11명 등 110여명이 다쳐 병원치료를 받았다. 어이없는 일은 부상자가 속출했음에도 공권력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폭력을 휘두른 주동자 7명을 붙잡아 입건한 뒤 풀어주기까지 했다.

현대차 사내하도급근로자 평균연봉은 지난해 말 기준 5438만원으로 웬만한 대기업 그룹사보다 높은 수준이다. 시위에 참여한 많은 세력들보다도 높다. 더구나 현대차는 사내하도급근로자 3500명에 대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사실상 사내하도급 문제가 어느 정도 사라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희망버스라는 이름을 빌려 무리하게 불법행위를 벌이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이번 희망버스 폭력시위사태는 경찰병력이 적극 나서지 않아 확산된 측면도 있다. 공권력은 남용돼서도 안되지만 필요할 때는 엄정하게 행사돼야 불법시위가 사라진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좋은일터연구소장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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