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63년 사상 첫 여성임원 서영경 부총재보 "유리천장 뚫었다고요? 조사전문 능력 인정받은 것”

입력 2013-07-21 17:21
수정 2013-07-22 00:43
인터뷰 - 韓銀 63년 사상 첫 여성임원 서영경 부총재보

잘 모르는 분야 도전은 기회 …韓銀 홈피 구축 한몫했죠
불확실성 큰 글로벌 경제…정확한 전망으로 불안감 줄이겠다



“정책과제에 대해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연구하는 곳이 별로 없기에 최근 조사국과 경제통계국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사국·경제통계국 담당 부총재보로서 경제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외부와의 소통도 강화하겠습니다.”

한국은행 최초 여성 임원이자 최연소 임원, 김중수 한은 총재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중수 키드’. 한은 창립 63년 만에 처음으로 최근 여성 임원 자리에 오른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50)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지난 19일 서울 남대문로3가 한은 부총재보실에서 그를 만났다.

○한은 내 조사·연구통

그는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연구실장과 국제국 국제연구팀장 등을 거치며 조사·연구통으로 자리잡은 인물이다. 혹시 보수적인 한은에서 차분한 조사·연구 업무를 하는 데 지루함을 느끼진 않았을까. 그는 일말의 고민 없이 “지루하긴커녕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제 장점이 남이 하지 않는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는 거예요. 그렇게 새로운 일이 되면 연구가 재미있고,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는 갑자기 전산부로 발령이 났을 때를 꼽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은에 입행해 조사·연구를 수행해오던 그에게 전산관련 지식이나 경력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맡게 됐다는 불안과 불만이 그를 휘감았다. 그러나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ECOS(한은 경제통계시스템)와 초기 홈페이지 시스템의 기틀을 닦았습니다. 잘 모르는 분야여서 가장 힘들었지만, 또 가장 많이 배웠기에 기억에 남는 시기예요.”

이후 그는 새로운 일에 겁 없이 도전하기 시작했다. 국제국 팀장 시절이던 지난해 2월엔 금융시장부장 자리에 자원했다. 조사 업무를 주로 해오던 그에겐 다소 낯선 부서였지만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금융시장부장 때 이룬 성취가 이번 부총재보 승진의 가장 큰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프로다운 정책 소신 돋보여
그는 행내에서 ‘남자보다 더 카리스마 있는 여자 상사’로 불린다. 특유한 카리스마 리더십으로 부하직원들을 이끈다는 평이다.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선 때론 필요 이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카리스마가 필요하죠. 강한 카리스마든, 부드러운 카리스마든 리더로서의 자격을 어떻게 갖출까 항상 고민합니다.”

그는 한은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한은 조사국의 경제 전망에 대해서 “보통 전망은 부정적으로 할 때 리스크가 적은데, 그런 면에서 한은은 중립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에 대해 딱 잘라 반박한 것이다. 한은이 최근 발권력을 활용해 회사채를 지원하는 게 중앙은행의 역할을 넘어서는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현재 경제 상황에서 거시적인 수단뿐만 아니라 미시적인 수단을 활용해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책무”라며 “중앙은행의 역할과 개념이 점점 확장돼 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확실성이 큰 현재 경제상황에서 최대한 정확한 전망으로 경제주체의 불안감을 줄이고 경제가 완만하나마 회복 국면으로 돌아설 수 있게 돕고 싶다”며 부총재보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유리천장 뚫은 두 아이 엄마
서 부총재보는 한은의 견고한 유리천장을 ‘뻥’ 뚫은 인물이다. 제도적 차별은 거의 없었지만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인적 네트워크에 소외되는 것은 여성의 한계였다. “조직생활에선 내부 소통이 중요한데 여자라서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시간과 노력이 해결해주더군요.”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었다. 몇 번의 고비도 있었다. 한 번은 출산휴가 때문에 승진이 다른 남자 동기들에 비해 1년 정도 늦어졌다. 뒤처진 것 같은 느낌과 주변 동료들의 눈초리에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 두 번째 고비는 큰아들의 사춘기 시절에 왔다. “운이 좋았습니다.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나 고민했던 순간 미국으로 공부하러 갈 기회가 생겼죠. 아이들의 사춘기 시절을 미국에서 함께 보내면서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는 두 자녀를 키우며 2003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그는 “여성 임원이 별로 없는 경제·금융분야에서 임원이 돼 어깨가 무겁다”며 “후배들의 훌륭한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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