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증발' 후폭풍…검색 궁금증 4가지…엉뚱한 제목 붙였으면 수백만건 전수조사 해야

입력 2013-07-19 17:30
수정 2013-07-20 00:13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의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대화록 원본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야 열람위원들은 19일 전문가들과 함께 추가 검색 작업에 들어갔고 22일 대화록 존재 여부를 최종 확인할 방침이다. 지난 15일과 17일 여야 열람위원들이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검색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을 중심으로 궁금한 점을 알아본다.

① 왜 대화록 문건만 못찾나
최고 보안 위해 제목·내용 다르게 했을 수도

두 차례 검색에서 정상회담 사전준비 및 사후조치 자료들은 모두 나왔지만 정작 핵심자료인 대화록은 찾지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 주장대로 모든 관련 기록이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e-지원(e-知園)을 통해 국가기록원에 넘겨졌다는 상황을 가정할 때 전문가들은 검색 키워드의 불일치 문제를 언급했다.

전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래 대통령 자료는 최고 수준의 보안이 걸려있는 지정기록물이 아니더라도 내용과 전혀 다른 제목이 붙는 경우가 많다”며 “엉뚱한 제목이라면 수백만건의 자료를 전수 조사해야하는데 문서 하나에도 수많은 첨부 자료가 있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참여정부가 아예 대화록 문건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거나, 국가기록원 이관 후 누군가에 의해 폐기됐다면 이런 검색 노력은 의미가 없어진다.


② 파일 변환 과정 오류 가능성은
전문가 "e지원 시스템 돌려보면 알 수 있어"

전문가들은 PAMS 기반에서 형태가 다른 e-지원 파일을 불러오는 도중에 검색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남영준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시스템 차이로 인해 그럴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이 e-지원 서버 및 백업 데이터베이스를 국가기록원에 통째로 넘겼다고 밝힌 만큼 e-지원 시스템을 별도로 돌려보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접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e-지원 서버를 가동해보면 대화록을 찾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추가 검색과정에 전 청와대 직원을 전문가로 참여시켰다.

③ e-지원 - PAMS간 호환 문제는
"충돌 가능성" vs "다른건 어떻게 찾았나"

노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청와대에서 사용한 e-지원과 현 국가기록원이 사용하는 검색시스템인 대통령기록물관리시스템(PAMS)의 호환성 여부도 관심이다. 일각에선 서로 다른 시스템 간 충돌로 검색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관리부처인 안전행정부가 19일 박찬우 1차관 주재로 개최한 비공개 긴급회의에서도 이런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지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사용한 통합 업무관리 시스템이다. 일반 회사의 인트라넷을 생각하면 된다. 전자결제 및 문서 생성·보관 기능을 갖고 있다. 반면 PAMS는 말 그대로 기록물 관리시스템이다. 대형 도서관의 검색·관리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쉽다.

임상경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은 지난 18일 기자브리핑에서 “e-지원과 PAMS 간 호환 문제로 검색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내가 근무했던 2011년까지 e-지원과 PAMS 호환성은 문제가 없었다”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대화록을 제외한 다른 정상회담 관련 파일은 어떻게 찾았겠느냐”고 반문했다.

④ 기록물 삭제 가능한가
삭제 땐 로그기록 남아

전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e-지원 시스템은 삭제기능이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삭제한 기록은 로그 파일로 서버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대통령기록관 이관 전) 봉하마을에선 (e-지원 시스템은) 열람만 가능할 뿐 수정 삭제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남 교수는 “PAMS는 기본적으로 죽은(과거) 기록물을 보존하기 위한 시스템인 만큼 삭제 기능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강경민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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