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시가 결국 파산했다. 미국 지방자치단체 파산 가운데 최대 규모다. 180억달러(21조원)에 달하는 시 부채에 대한 채권단, 공무원노조, 연기금 등의 채무조정 협상이 최종 결렬된 데 따른 결과다.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도시가 어떻게 성장 발전하고 쇠락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도시의 인구는 지금 70만명에 불과하지만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시장을 석권한 자동차산업 덕분에 200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산업은 회사에 퇴직자들의 연금과 의료비까지 부담시키는 노조의 임금·복지 요구 속에 일본차의 공세에 밀려 쇠락기에 접어들었다. GM, 포드 등은 디트로이트를 떠나 다른 도시와 해외에 공장을 지어야 했다. 기업이 떠나자 디트로이트에는 빈 공장과 사무실, 팔리지 않는 집이 넘쳐 났고 곧바로 지역 경제도 무너졌다. 인구감소 속에 이 도시의 전체 인구 가운데 3분의 1이 극빈층이다. 시 재정 부실로 치안 등 공공서비스도 미국에서 최악으로 떨어졌다. 부도는 예고됐던 결과다.
디트로이트만의 일이 아니다. 산업이 무너지고 기업이 떠나면 그 지역은 황폐해진다. 한국 도시들도 예외일 수 없다. 진해, 통영 등지의 지역경제는 중소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사정이 더욱 나쁘다. 반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이 포진한 울산은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5만달러로 수년째 전국 1위다. 평택 당진 파주 등도 기업이 들어오면서 인구가 급증하고 부동산값은 불경기에서도 강세다.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이 세워진 아산시 역시 인구가 최근 10년 사이에 10만명 이상 늘었다. 도시가 죽고 사는 것이 결국 기업에 달렸다. 부실 지자체가 살 길은 기업을 유치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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