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그 남자의 명품'
브래드 피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브래들리 쿠퍼, 정우성, 이정재…. 이들에겐 미남 배우란 것 말고 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같은 브랜드의 슈트를 즐겨 입는다는 것이죠. 바로 미국 디자이너 톰 포드가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패션 브랜드 ‘톰포드(TOM FORD)’입니다.
톰포드는 2005년 4월 탄생, 역사가 그리 길지 않지만 단숨에 명품 반열에 올랐습니다. 향수와 선글라스 사업으로 출발해 2007년 남성복에 뛰어들었습니다. 이탈리아 공장에서 주문제작 방식으로 만드는 톰포드 슈트는 가격이 최소 5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A급’ 브랜드로 꼽힙니다.
톰포드 슈트는 품격 있고 섹시한 남자를 상징하는 옷으로 통합니다. 다른 명품에 비해 역사가 길지 않은데도 영화 ‘007’ 시리즈 제임스 본드의 슈트로 채택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죠. 지난해 개봉한 ‘007 스카이폴’에서 본드 역을 맡은 대니얼 크레이그가 입은 슈트와 니트, 안경, 넥타이 등은 모두 톰포드가 만든 것입니다.
1950~1970년대 클래식 스타일을 계승한 톰포드 슈트에는 여러 스타일이 있습니다. 이 브랜드에서 “어느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것”이라 자신하는 대표작은 윈저(Windsor) 라인입니다. 등판과 앞판의 깊은 곡선 라인, 넓은 소매통, 넓은 라펠(상의 깃)과 플랩(덧자락), 깊은 V존(V자 모양으로 파인 재킷의 양쪽 깃 사이 부분)이 특징입니다. 단순히 허리선만 잡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실루엣을 통해 남성적이고 섹시한 매력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또 길이가 보다 짧게 떨어지는 리젠시(Regency), 어깨쪽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든 스펜서(Spencer), 라펠을 상대적으로 좁힌 뉴오코너(New O’Connor) 등 톰포드의 다른 라인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 포드는 ‘구찌(Gucci)’ 출신입니다. 한때 쇠락 위기에 처했던 구찌를 1990년대 가장 인기 있는 명품 브랜드로 화려하게 부활시킨 주인공이 바로 포드죠.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뒤 1990년 유럽으로 건너가 구찌에 합류한 그는 1994년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오릅니다.
하지만 당시 구찌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가문의 갈등에다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하면서 과거의 명성에 빛이 바래가고 있었죠. 포드는 제품 디자인은 물론 매장 구조, 광고까지 통째로 바꿨습니다. 이 과정에서 섹스 코드를 잔뜩 담은 파격적인 광고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관능적이면서도 도회적이란 뜻의 ‘포르노시크(porno-chic)’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포드의 활약에 힘입어 1994년 2억3000만달러였던 구찌 매출은 2003년 30억달러로 13배 넘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2004년 계약 종료와 함께 구찌를 떠났고, 함께 일했던 도미니코 드솔(현 톰포드 회장)과 손잡고 이듬해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죠.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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