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화록 실종' 놓고 날선 공방
새누리 "폐기 안했다면 봉하마을 있을 수도"
민주 "대선서 악용…MB 정부서 없앴을 것"
열람위원들, 22일 존재 여부 최종 확인키로
국가기록원이 국회 운영위 소속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위원들에게 대화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확인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국가의 중요한 사초(史草) 증발을 두고 누가 의도성을 갖고 파기했는지, 다른 곳에 있는지 등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만약 대통령기록물을 누가 없앴다면 그 주체가 밝혀질 경우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 실정법 위반까지 떠안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노 전 대통령 폐기 지시”
당시 정상회담에 관여했던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화록 원본은 2개가 있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정상회담 녹음파일을 풀어서 회의록 2개를 만들어 하나는 청와대, 다른 하나는 국정원에 보관해왔고,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2개의 원본을 제외한 일체의 사본은 폐기했다고 밝혔다. 하나는 이번 남재준 국정원장이 공개한 대화록이고 나머지 하나는 당시 청와대에 있었다.
없어진 대화록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서 보관하던 다른 1개의 원본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아예 대화록을 파기했거나 퇴임 뒤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로 가져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권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측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내주는 등 저자세 외교가 드러날까봐 퇴임 전에 원본을 없앴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일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2007~2008년 초 대화록 폐기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청와대에 있던 대화록은 폐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든지 ‘당시 청와대가 대화록을 폐기하는 대신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등 하는 사실 여부가 확인이 안 된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대선 국면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왔었다. 당시 구 여권 고위 관계자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하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너무나 충격적으로, 이는 역사기록을 말살하는 행동”이라며 “옛날 이조시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은 “참여정부 당시 관계자들에게 사실을 확인한 결과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어떤 자료에 대해서도 폐기를 지시한 적이 없었고 모든 기록물은 이관됐다”고 반박했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가 대화록을 폐기하는 대신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봉하마을에 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에 정착하면서 청와대에서만 지원되는 ‘e지원(知園)’ 시스템을 연결하고 자료를 복사해간 사실이 MB정부 측에 의해 공개됐다가 자료를 모두 회수한 적이 있는데 그걸 지적한 것이다. 당시 자료는 20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록 더 찾아봐야”
민주당 측에선 이런 주장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노무현재단은 논평을 내고 “노 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를 지시한 바 없고, 참여정부는 모든 대통령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기록물을 담당하고 후임 정권에 이관한 실무 책임자들은 분명히 관련 기록물이 있었고 넘겨줬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화록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다. 임상경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은 “참여정부 이전에는 기본적으로는 종이 기록을 만들어 넘겨왔지만 참여정부는 e지원 시스템으로 관리했다”며 “국가기록원에 넘긴 전자기록의 양이 방대해 최초로 전자기록을 이관할 때부터 기술적 부담이 크고 비밀기록의 경우 제목을 바꿔 달기도 한다”고 했다.
만약 대화록이 없다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를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원이 대화 발췌록 문서를 생산한 2008년 1월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인수위 시절인데, 국정원이 이를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수 있다”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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