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떨어진 中…정부 기능 줄인 '리코노믹스'가 해법 될까

입력 2013-07-18 17:20
수정 2013-07-19 04:56
정부권한 민간 이양·산업 구조조정 등 드라이브…성장률 하락에도 "대규모 부양 없다"

과잉 유동성 흡수해 그림자금융 버블 차단
리커창의 개혁, 관료 등 기득권층 반발이 변수



“‘낮은 나무의 열매’는 이제 다 따먹었다.”

18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중국의 성장 동력이 고갈됐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중국이 경제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와 맥을 같이한다.

이처럼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달 들어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리코노믹스(Liconomics)’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리커창 총리(사진 오른쪽)의 이름과 이코노믹스를 조합한 단어로 ‘리커창의 경제 정책’이라는 뜻이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7% 중반까지 밀리는데도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는 새 지도부의 경제 정책은 과거 30년간의 경제 운용과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다. 감세와 정부 지출 축소를 골자로 하는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거노믹스(공급주의 경제학)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개혁 위해 경기 둔화 감수

리코노믹스의 핵심은 △인위적 경기부양 지양 △정부 기능의 지방정부 또는 민간 이양 △과잉 유동성 흡수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모든 경제 영역을 제어하면서 성장을 이끄는 성장모델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돈을 풀면서 공공 및 민간대출 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195% 수준까지 팽창해 이제는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IMF는 “해외 수출과 정부 주도 투자에 의존하는 경제모델의 지속 가능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성장률 둔화에도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대규모 부양책을 펼 가능성이 없다”는 러우지웨이 재정부장의 발언이 이날 공개된 것이 단적인 예다. 중국 경제에 낀 거품을 제거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또 정부의 민간 경제 개입을 줄이기 위해 1700개가 넘는 국무원 행정심사 항목을 3분의 1 이상 줄일 계획이다. 이미 지난 5월 117개의 행정승인 항목을 지방정부에 이양했다.

산업에서는 보조금을 줄여 과잉 투자된 영역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3월 파산한 세계 최대 태양광패널업체 선텍이 리코노믹스발 구조조정의 대표적 예다. 왕진량 중국 조선업협회 회장은 “중앙정부의 지원이 줄어 중국 조선소의 3분의 1은 이미 문을 닫았으며 3분의 1은 곧 도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에는 시중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일시 중단해 은행 간 대출금리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시중 자금 경색을 감수하고라도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그림자 금융을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GDP보다 ‘커창 지수’

리코노믹스의 차별성은 경제 진단 방법에서부터 나타난다. 리 총리는 랴오닝성 공산당 서기로 재직하던 2007년부터 GDP 대신 독자적인 지표를 통해 경제를 판단하고 있다. 전력 소모량을 통해 공업 생산을 판단하고 경제 효율은 철도 운송량을 기준으로 삼는다. 미래 경제 리스크를 살피기 위해 은행 대출 증가율도 분석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 조작에 대한 염려 없이 실제 경제 상황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씨티은행은 3개 지표에 각각 가중치를 부여해 ‘커창 지수’를 만들었으며 이는 중국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리 총리는 커창 지수를 통해 중국의 경기와 미래 리스크를 판단하고 있다”며 “GDP에 매달리지 않고 소신 있게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득권층 반발 해결이 과제

민간에 더 많은 권리와 자율을 부여하는 리코노믹스의 경제 개혁은 그간 국가 주도 경제 아래서 이권을 독차지해온 관료 및 기득권층의 반발에 부딪힐 전망이다. 지난 15일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설치를 위한 비공개회의에서 금융감독 당국 관료들이 집단 반발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에 리 총리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센터장은 “리코노믹스는 향후 지방정부 및 국유정부 개혁으로 이어지면서 첨예한 정치 갈등을 부를 것”이라며 “10월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회의(3중전회)’를 통해 공개될 정책 내용이 리코노믹스의 향방을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코노믹스의 중장기적인 개혁 과제는 맞지만 경기 하강 등 단기적인 부작용이 문제”라며 “둘 사이의 ‘미스매칭’을 해결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경목/남윤선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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